“지난 4월 교장실에서 만남을 가졌는데 기억하고 있니? 짜증 나거나 스트레스 받을 때면 밖에 나가 바람을 쐬거나 음악을 듣는다고 했는데 요즘 잘 지내고 있니? <중략> 공부를 하다보면 힘들 때도 많고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지. 하지만 안 좋은 결과에만 집착하여 우울함에 빠져있기 보다는 밝고 긍정적인 사고로 부족함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통해 위기로부터 벗어나 보자. 힘든 고3 여정이지만 자신에 대해서 굳센 믿음을 갖고 멀리 내다보면서 꿈을 향해 서두르지 말고 한걸음씩 목적지를 향해 열심히 걸어가기를 기도한다. 2014년 4월, 남승택 가브리엘 교장신부가.”
제주교구 신성여고 교장 남승택 신부가 고3 학생 380명에게 보낸 편지 일부다.
남 신부는 부임 후 학생들 하나하나와의 면담시간을 꾸준히 마련하고 그 결과를 A4 용지에 사진과 함께 담아 곱게 코팅, 다음 종례시간에 담임교사를 통해 전달했다. 3학년 학생이 10개반 400명이니 지난 5년 동안 2000명을 면담하고 편지를 보낸 셈이다.
하지만 올해는 편지 전달을 교장실에서 직접 하고 있다. 3~4명씩 조별 면담을 마치고 편지를 쓴 다음 점심시간 때 한 학급씩 교장실로 불러 나누어 준다. 그러면서 학생들과 좋은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편지를 받아 본 학생들은 면담 때 애로사항이 잘 적혀있고 그 해결방안을 자세히 제시해주기에 항상 보관하고 부모님께도 자랑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편지 전달이 끝나고 6월이 되면 남 신부는 더 바빠진다. 좋을 글을 소개해 주기 위해 책을 많이 읽고 그 글을 저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 신부는 “편지를 받아 본 학생들이 재학생 때나 졸업 후에도 답장을 보내 오고 있다”며, “주고 받은 편지를 모아 두었다가 책으로 엮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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