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3시간이었다. 생명지킴이로 거듭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지난 3월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가 마련한 게이트키퍼 양성교육 ‘보고듣고말하기’에는 기자를 포함한 30여 명 참가자가 함께했다.
‘보고듣고말하기’는 중앙자살예방센터 한국자살예방협회가 보건복지부와 생명보험공헌재단 지원으로 개발한 한국형 표준자살예방 교육프로그램이다. 교육은 자살을 암시하는 언어·행동·상황적 신호를 보는 ‘보기’ 단계, 실제 자살 생각을 묻고, 죽음과 삶의 이유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듣기’ 단계, 안전점검목록을 확인하고 전문가에게 도움을 의뢰하는 ‘말하기’ 단계로 진행된다.
서지영 정신보건사회복지사(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의 강의로 진행된 교육을 통해 자살이 생각보다 우리 삶 가까이 있음을 깨달았다. 한 해 동안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수는 1만5000명,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더 큰 진실은 어마어마했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수의 40배나 되는 약 60만 인구가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거기에 지인의 자살로 영향을 받는 인구가 부산광역시 인구와 같은 수인 약 360만 명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통계로 확인하니 그 심각성이 피부에 와 닿았다.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시민들이 생명지킴이로 활동하는 방법을 알려준 ‘보고듣고말하기’는 한국형 표준자살예방 교육프로그램답게 우리나라 문화와 자살 상황, 연령과 계층에 따른 예방적 개입 방법이 잘 정리돼 있었다. 청소년의 경우 “학교가 지옥같다”, “학교에 가고 싶지도 않다”는 말을 하고, 중년층은 “세상이 나보고 죽으라고 하는데”라는 표현을 하며, 노년층은 “기력이 없다”, “더 살면 뭐하나, 늙으면 죽어야지” 등과 같은 말로 자살을 암시하는 신호를 보낸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번 교육은 신호를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자살 문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예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 이웃들이 겪는 어려움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그들의 상황에 알맞은 도움을 줘야 한다고 알려줬다.
교육을 받기 전에는 하루 그것도 3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받은 교육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심스러웠다. 막상 교육을 이수하고 수료증을 받고 나니 자살에 대한 인식이 폭넓어졌다. 작은 노력으로도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이러한 생각은 기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었다. 중앙자살예방센터가 2013년 3월부터 12월까지 양성된 게이트키퍼를 대상으로 ‘보고듣고말하기’의 효과성을 조사한 결과, 자살예방 지식이 상승했고 68%가 게이트키퍼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모두가 자살예방교육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는 연중으로 ‘보고듣고말하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전화상담 1599-3079, 문의 02-318-3079, www.3079.or.kr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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