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세요!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우리 모두에게 당부하시는 말씀입니다. 평화와 용서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요?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고 말씀하시며 파견을 하셨고, 나가서 사람들을 용서하라고 하셨습니다. 복음을 전하라는 말씀 대신 용서하라고 하십니다.
용서를 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이웃을, 가족을, 나 자신을 용서하고 싶어합니까? 우리가 하느님께 고백하는 죄들 대부분이 용서하지 못해서, 용서 하고 싶다는 우리의 마음입니다. 진정, 용서를 하지 않으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 마음 안에 그대로 남아서 평화롭지 못하게 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평화를 주십니다. 그 평화를 우리는 살면 되는데, 용서하지 못해서 예수님의 그 선물, 평화를 제대로 가지질 못합니다. 평화롭게 살고 싶다면 우리는 용서해야 합니다. 용서해야 할 사람과 일들이 많을 것입니다. 한 사람씩, 한가지씩 용서해 보세요. 쉽지 않습니다. 매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용서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그 사람 앞에만 서면 화가 나고 감정을 드러낼 수 밖에 없습니다. 진정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용서를 하지 못하고 돌아옵니다. 그렇게 우리는 평화에 한발 다가가려 하지만 오히려 멀어지게 됩니다.
용서하고 싶어서 기도도 합니다. 그 사람을 위해, 나를 위해 기도를 하지만 오히려 그 생각으로 마음은 더 산란해집니다. 우리는 용서도 할 수 없고, 평화를 누리며 살 수도 없는 것입니까?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성령이 계십니다. 예수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숨을 불어 넣어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만드실 때 당신의 숨을 불어 넣어주셨습니다. 성령을 주셨습니다. 성령께서 우리를 용서와 화해, 평화로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오랫동안 이끌어 주셨습니다.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어디서 생겼을까요? 내 생각과 내 마음에서 일어난 것입니까? 아닙니다. 성령께서 불어 넣어주신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인간의 모습으로 오신 2000년 전의 예수님을 볼 수 없습니다. 그분의 음성을 들을 수도 없고, 모습을 볼 수도 없습니다. 보고 들을 수 있다면 우리에게 용서의 마음이 금방이라도 생길 것 같습니다. 당장 달려가 용서하고 화해하고 기쁜 마음으로 다시 예수님 앞에 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평화를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예수님을 직접 보고 들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하늘로 올라가시면서 우리들에게 보호자, 성령을 주셨습니다. 예수님은 끝까지, 영원히 우리 뒤에 계실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길로 들어서든지 함께 뒤따라 걸으시며 보살펴 주실 것입니다. 당신은 하늘로 올라가시지만 성령을 통해 우리를 끝까지, 영원히 지켜주시는 예수님의 지극한 사랑을 다시 느낍니다.
용서하며 살아갑시다. 용서하지 않으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듯이 그대로 우리 안에 남아 있습니다. 남아서 우리의 평화를 갉아먹고, 평화를 밀어내고, 평화를 잊어버리게 합니다. 우리는 평화를 원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누구보다도 평화를 살아야 할 사람들입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시고 제자들에게 주신 그 평화를 우리는 누리며 살 수 있습니다. 예수님과 성령께서 끝까지 우리를 위해 일하시고 계십니다. 지금 우리가 평화롭지 않다면 우리는 용서해야 할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찾아가세요. 그리고 말씀하세요.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나는 너를 용서한다. 너도 나를 용서해다오. 성령께서 우리의 걸음과 우리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 주십니다. 그대로 따라가세요.
예수님께서 이르신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
김동일 신부는 2003년 예수회 입회, 서강대 신학대학원에서 철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필리핀 마닐라 LST(Loyola School of Theology)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2013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현재 예수회 수련원 부수련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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