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가 8월에 한국을 방문한다.
가톨릭신문은 한국교회가 교황 방한에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지를 고민했으며, 이는 결국 교회 쇄신의 길을 ‘실질적으로’ 나서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그 시작의 시작은 쇄신 의지를 다지고 성찰의 대상들을 식별하는 것에서 비롯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가톨릭신문은 한국교회 공동체를 구성하는 성직자, 수도자와 평신도 중에서 비교적 교회 운영에 밝고, 주위에 영향력을 지닌 것으로 간주되는 여론주도층 300여명을 대상으로 교회 쇄신에 대해 물어보았다. 아울러 서울대교구 인터넷 굿뉴스 회원들에게도 별도의 같은 조사를 실시했다.
우리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교회 역사 안에서 되풀이되어온 자기 쇄신의 요청이 오늘날 한국교회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주어지고 있는지를 식별하고, 여기에서 제기된 문제들이 신랄한 비평과 자기 반성으로 이어져 급기야는 ‘실질적인’ 한국교회 쇄신을 위한 본격적 논의가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조사의 목적은 두 가지이다. 첫째, 한국교회의 구성원들이 교회 쇄신의 필요성에 얼마나 공감하고 있는지, 둘째, 사목활동과 신앙생활 안에서 가장 긴급하게 쇄신이 필요한 영역들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를 알아보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설문 역시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됐다.
이번 조사는 엄정한 사회과학적 통계기법을 활용한 과학적 조사는 아니다. 오히려 조사의 편리를 위해 고안된 방법을 활용한 임의적인 간이설문이다. 하지만 엄격한 학문적 연구 결과는 아니라는 아쉬움을 감수한다면, 교회 쇄신에 대한 개괄적이고 타당한 결론을 도출하는데 크게 부족함은 없다.
성직·수도자·평신도 모두 300명 선정
성직자, 수도자와 평신도, 즉 교회내 계층별로 각각 100명씩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성직자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관계자 및 각 교구청 국장급 보직자, 7개 신학대학 교수, 본당 주임급 사제 일부, 사목 관련 연구소장 및 기타 등이다. 수도회 소속 성직자는 수도자로 분류했다.
수도자는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와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산하 각 분과 위원들을 중심으로 하되, 신학자와 교수급 수도자들을 선별적으로 포함했다. 평신도는 전국 단위 사도직 단체장, 평신도 교회학자, 전국 각 본당 남녀 구역장, 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와 복음화위원회 위원 등을 대상자로 선정했다.
신문사 자체 선정·굿뉴스 회원 온라인 조사
같은 내용의 조사를 별도의 두 집단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실시했다. 하나는 신문사가 자체적으로 선정한 교회내 여론주도층 300여명, 다른 하나는 ‘서울대교구 인터넷 굿뉴스’ 회원들, 즉 일반 신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이다.
전자메일 발송… 6일간 설문실시
대상자들에게 조사에 답해줄 것을 전화로 요청하고 전자메일을 발송했다. 온라인 설문조사 전문 사이트인 ‘서베이몽키’(SurveyMonkey)의 설문 조사 시스템을 활용했다. 대상자는 전자메일을 받은 후, 포함된 링크를 통해 ‘서베이몽키’에 접속, 미리 제작해둔 설문조사에 응답하는 방식으로 5월26~31일까지 총 6일간 실시됐다.
설문은 조사의 두 가지 목적에 따라 두 부분으로 구성됐다. 다음은 각 설문의 질문과 문항들이다.
▲ 다음의 서술에 대해서 얼마나 동의하십니까?
1. 오늘날 세계 가톨릭교회는 변화와 쇄신을 필요로 한다.
2. 교황 프란치스코는 전세계 가톨릭교회에 실제로 변화와 쇄신을 가져오고 있다.
3. 오늘날 한국 가톨릭교회는 변화와 쇄신을 필요로 한다.
4. 교황 프란치스코의 방한은 한국교회에 실제로 변화와 쇄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 만약 오늘날 한국 가톨릭교회에 변화와 쇄신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다음 중에서 가장 긴급하게 쇄신이 필요한 항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1. 순교자의 후손에 걸맞는 순교영성의 계발과 실천
2. 평신도들의 미성숙하고 개인주의적인 신앙
3. 성직자들의 권위주의와 성직중심주의
4. 수도자들의 영성 부족
5. 교회 안의 세속주의
6. 성과 속을 분리하는 신앙과 삶의 유리
7.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
8. 가정생활과 생명윤리 실천에서의 교회 가르침과의 유리
9. 교회의 사회교리에 대한 무관심
10.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노력 부족
11. 사목이 아니라 관리가 강조되는 교회 운영(본당, 교구)
12.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복음화에 대한 성찰 부족
13. 아시아 복음화 소명의 실천
주로 40·50대 조사 대상자
신문사가 선정한 여론주도층 설문 대상자 중에서 총 314명이 조사에 응했으며, 그중 성직자가 93명, 수도자 72명, 평신도 101명이며, 나머지 소속 계층을 밝히지 않은 응답자가 48명으로 나타났다. 대상자의 66%가 남성이고 34%가 여성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두 배 가량 많았다. 20대는 거의 없었고, 50대(43.77%)와 40대(34.72%)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교회 쇄신 필요성에 대부분 공감
교회 쇄신의 필요성과 기대에 대한 첫 번째 질문의 결과를 보면, 필요성에 대한 인식과 기대 모두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한국교회의 쇄신이 실제적으로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오늘날 가톨릭교회가 쇄신을 필요로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재론의 필요가 없을 정도로 높은 공감을 표시했다. 즉, 세계교회가 변화와 쇄신을 필요로 한다는 서술에 대해서 ‘약간 동의’가 16%, ‘매우 동의’가 81%로 나타나 전체의 97%가 공감을 표시했다. 한국교회의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1% 더 높은 98%가 동의했고, ‘전혀’ 또는 ‘약간’이라도 ‘동의 안한다’는 응답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교황 프란치스코가 실제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서술에는 ‘약간 동의’가 25%, ‘매우 동의’가 69%로 94%가 공감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그러한 교황의 방한이 실제로 한국교회의 변화와 쇄신에 얼마나 기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갑작스럽게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즉, 응답자의 불과 28%만이 실제로 변화의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데 ‘매우 동의’한다고 응답했고, 41%는 ‘약간 동의’했다. 따라서 전체의 69%만 동의했으며, 보통이 23%, ‘약간 동의 안함’이 5%, ‘전혀 동의 안함’이라는 응답 역시 2%로 없지 않았다.
한국교회 긴급 쇄신 영역은
과연 한국교회 안에서 가장 긴급하게 변화가 마련돼야 할 쇄신의 영역은 무엇일까? 한국교회의 여론주도층 300여명은 한결같이 ‘성직자들의 권위주의와 성직중심주의’를 가장 많이 꼽았다. 13개 중에서 2개를 복수 선택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절반 가까운 44.08%가 성직자의 권위주의를 지적했다.
그 다음이 전체 응답자의 3분의 1가량이 지적한 ‘교회 안의 세속주의’(33.88%)로 나타났고, 이어 ‘사목이 아니라 관리가 강조되는 교회 운영’(23.68%),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20.72%), ‘평신도들의 미성숙하고 개인주의적인 신앙’(19.74%)이 비슷한 수치로 나타났다. ‘교회의 사회교리에 대한 무관심’(14.14%)와 ‘성과 속을 분리하는 신앙과 삶의 유리’(13.49%) 역시 유의해야 할 쇄신의 영역으로 지적됐다.
반면, ‘순교자의 후손에 걸맞는 순교영성의 계발과 실천’(7.57%), ‘가정생활과 생명윤리 실천에서의 교회 가르침과의 유리’(7.57%),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복음화에 대한 성찰 부족’(6.58%)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우선순위가 주어졌다. 또한 민족 화해와 평화, 아시아 복음화를 위한 노력, 수도자들의 영성 문제에 대한 쇄신은 가장 낮은 영역으로 제기됐다.
응답을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등 교회내 각 계층별로 살펴볼 때에도, 성직자들의 권위주의 쇄신 문제는 부동의 수위를 차지했다. 성직자 응답자들도 ‘교회 안의 세속주의’를 가장 많이 쇄신 대상으로 꼽았지만, 성직자의 권위주의 역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차지했고, 수도자와 평신도들은 모두 권위주의를 가장 많이 지적했다.
성직자들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복음화’에 대해 수도자와 평신도에 비해 매우 높은 관심도를 보였고, 수도자들은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의 문제를 성직자 권위주의에 이어 두 번째로 쇄신이 필요한 영역으로 꼽았다.
굿뉴스 회원들 “교황 방한, 교회 쇄신 실제적 영향”
서울대교구 인터넷 굿뉴스 회원 대상 조사는 회원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 협조 메일을 2차례에 걸쳐 발송, 이에 대해 임의로 응답한 회원들의 조사 결과를 집계했으며, 총 420명이 조사에 응했다.
남성이 53.47%로 여성(46.53%) 보다 약간 많았으며, 연령별로는 50대가 38.02%로 가장 많고 다음이 40대(25.93%), 60대 이상(18.27%), 30대(12.10%) 순으로 나타났고, 20대가 5.68%로 가장 적었다. 교회 계층별로는 평신도가 대부분으로 88.61%였고, 성직자와 수도자가 똑같이 5.69%였다.
교황 방한에 즈음해 한국교회에 실제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여론주도층보다 소폭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매우 동의’ 한다는 응답이 43.81%로 나타나 여론주도층의 28%에 비해 1.5배 가량 크게 높았다.
쇄신의 긴급성의 우선순위가 7위까지는 여론주도층과 거의 동일하되, ‘평신도들의 미성숙하고 개인주의적인 신앙’(15.38%)에 대한 응답이 3번째로 많아, 여론주도층 조사에서 5위였던 것보다는 조금 더 우선순위가 높게 주어졌다.
1위부터 보면, 여론주도층과 마찬가지로 ‘성직자들의 권위주의와 성직 중심주의’(23.08%)을 가장 긴급한 쇄신 대상으로 꼽았고, ‘교회 안의 세속주의’(18.61%), ‘사목이 아니라 관리가 강조되는 교회 운영’(8.68%),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7.69%)의 순으로 나타났다. 사회교리에 대한 무관심과 성속 분리적인 신앙생활 역시 중요한 쇄신의 대상으로 지적됐다. 반면 ‘수도자들의 영성 부족’(1.49%)이나 ‘아시아 복음화 소명의 실천’(0.50%) 문제는 거의 지적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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