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12일은 한국천주교회사에서 의미 있는 날로 기억될 것이다.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를 마치며 주교단은 「생명문제와 4대강 사업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입장 표명을 통해 “정부 실무진의 설명을 들어봤지만, 우리 산하에 회복이 가능할 것 같지 않은 대규모 공사를 국민적 합의 없이 절차를 우회하며 밀어붙여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욕심으로 인한 경솔한 개발의 폐해가 우리 자신과 후손에게 지워질 때, 이 시대의 누가 책임을 질 수 있겠습니까?”라며 4대강 사업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중단을 요구했다.
주교회의의 입장 표명은 사회적 약자들의 권익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한국교회의 움직임에 변화를 줬다. 정의구현사제단을 중심으로 한 NGO성격의 사회참여 형태에 더해 정의평화위원회를 비롯한 교계제도의 공식 단위들이 적극적으로 이 사회의 불의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계기가 됐다. 핵발전소 문제와 밀양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
그런데 교회의 적극적인 사회참여와 함께 왜곡되고 병든 신앙의 단면들도 드러나게 된다. 당시 김문수(모세) 경기도지사는 두물머리에서 미사를 하는 서울, 수원, 의정부, 인천교구의 사제들을 향해 “남의 물통에서 신부들이 무슨 기도를 하는지 모르겠다”, “신부가 삭발하면 절에 가야지”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요즘에 이르러서는 미사 중 강론 시간에 사회문제에 대한 언급이 나오면 고함을 지르는 등 소란을 피우며 방해하는 이들까지 등장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신앙의 도리에 근거해 불의한 사회현상에 대해 지적하는 신부와 심지어는 주교님을 종북이라 매도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는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삶에는 관심도 없고 오로지 돈과 권력에만 열중한다. 이것은 유대왕 요아스 시절의 우상숭배와 같다. 그 어느 때보다도 물신숭배가 극심한 요즘 교회는 성전 앞마당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간 즈카르야 예언자와 같은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이에 교회는 응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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