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을 연 ‘영성독서 지도사’ 양성 과정은 한국교회 독서사목 인프라 구축과 활성화에 든든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독서사목’이란 독서와 사목을 연계, 기존 도서선교를 사목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다. 이 사목방안은 다양한 교회 서적을 읽고 나누고 성찰함으로써 개개인의 신앙생활을 풍요롭게 해줄 뿐 아니라, 기존사목을 활성화하는 데에도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한국교회 안에서는, 아직 독서사목에 관한 인식이 미비하고 실천도 기초적인 수준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특히 개별적으로 독서사목에 관심을 갖고 역량을 키워온 일부 사목자 외에는 각 본당 공동체 안팎에서 독서사목 관련 활동을 펼칠 전문가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따라 가톨릭적인 독서교육 전문가, 혹은 영성독서 전문가 양성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가톨릭신문사(사장 황용식 신부)와 한국가톨릭독서아카데미(회장 김정동, 지도 김민수 신부)가 주관하고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위원장 조환길 대주교)가 후원하는 ‘영성독서 지도사’ 과정에서는 각 사목현장에서 독서 환경을 조성하고 독서의 생활화를 이끌 뿐 아니라, 구체적인 독서운동을 지도해나갈 전문가들을 양성한다. 이 양성과정 개강에 발맞춰, 21세기형 독서사목의 선구자로 꼽히는 김민수 신부(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로부터 독서사목의 의의와 전망을 비롯해 영성독서 지도사들의 활동 방향 등을 들어봤다.
“독서는 단순히 개인적으로 책을 읽는 행위이기도 하지만, 여럿이 함께 읽고 다양한 표현과 행위를 통해 공동체를 성숙시키는 역할도 합니다. 특히 시대의 변화로 인해 본당에서 실천해온 기존사목의 효용성 감소 내지 한계성이 드러남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사목적 적용이 절실합니다.”
김민수 신부는 “‘본당’은 계층별로, 내용별로, 전례력에 따라 다양하고 복합적인 사목이 실행되는 장소로서, 다양한 사목에 독서사목을 연계하거나 응용하면 더욱 큰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한국교회는 이미 400여 년 전 마테오 리치 신부가 쓴 ‘천주실의’나 ‘칠극’ 등을 비롯해 각종 ‘책’을 읽으며 신앙을 받아들이고 키워온 역사를 품고 있다.
이후 각 교회 출판사들은 ‘도서선교’ 혹은 ‘문서선교’라는 기치 아래 다양한 책을 소개하고 읽기를 독려해왔지만, 한국교회 내 독서문화 정착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톨릭신문사가 펼친 ‘가톨릭독서문화운동-신심서적33권읽기’는 전국적인 책읽기 체험을 이끌어냈다.
특히 ‘신심서적33권읽기’를 계기로 독서사목의 중요성을 더욱 깊이 공감한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는 ‘독서사목-책 읽는 교회’를 주제로 문화의 복음화 포럼을 열고, 가톨릭신문사와 공동으로 ‘책읽는 교회, 성숙한 신앙’을 실현하기 위한 연구와 자료 제공 등에 힘을 실어왔다. 김민수 신부는 이러한 과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주인공이기도 하다.
김 신부는 “우리가 살고 있는 ‘디지털 시대’에는 책 또는 책읽기의 유효성이 자주 의문에 처해지곤 하지만, 책은 언제든 인간이 자기성찰과 반성을 이끌어내고, 창의적이고 풍요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교회서적 읽기 즉 ‘영성독서’는 “자신의 힘이 아닌 하느님께서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는 행위”라며 “신자들의 영적 성숙을 위해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교회 서적을 접하게 하는 독서사목이 도입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들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가톨릭독서문화에 관한 인식 개선을 비롯해 독서사목 전문가 양성이 우선적인 과제로 대두된다. 특히 김 신부는 “우선 사목자로서 사제들부터 책을 읽고 성찰하는 습관에 맛 들여야 한다”고 독려한다.
실제 각 본당 공동체 안에 독서사목이 스며들기 위해서는 먼저 사목자의 주도적 역할이 필요하다. 또 평신도들의 자발적인 실천이 이뤄질 때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김 신부는 독서사목 적용을 위해서는 전문가 양성과 각 본당 환경에 맞는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 개발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전한다. 교회 안에서 바람직한 독서사목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독서환경 조성과 독서의 생활화, 독서운동 등이 함께 고려돼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전국적으로 북카페와 작은도서관 등을 갖추는 본당들이 늘었지만, 그 안에서 실천할 프로그램은 거의 개발되지 못했다.
‘영성독서 지도사’들은 이러한 프로그램 개발과 적용, 각종 시설 운영 등에 동참할 수 있다. 또 교회 안팎에서 독서교육과 관련한 봉사와 체험활동 등도 이끌어낼 수 있다. 이러한 활동들은 신자들의 회심 뿐 아니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비복음적인 행태들을 식별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제공한다.
이에 따라 김 신부는 “중·장기적으로는 ‘독서사목연구소’ 등이 만들어지고, 이곳을 중심으로 학술적 연구와 논의, 관련 사목 인프라 등을 구축하는 노력도 더해져야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누구나 공감하듯 이 시대에는 새로운 방법과 새로운 표현, 새로운 열정으로 복음화를 이끄는 새로운 복음화가 필요합니다. 독서사목은 기존 사목자 뿐 아니라 평신도들이 새로운 복음화를 주도하는 데에도 새로운 물꼬를 터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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