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빛으로 세상을 밝히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미력하지만 모두가 함께 나선다면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죠. 모두가 나서서 하지 않으면 비극은 또 다시 반복될 것입니다.”
차디찬 바닷물 속에서 살려달라 외치던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두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내 가족이 아닌데도 이렇게 슬픈데, 희생자들의 가족이 겪는 아픔과 슬픔은 오죽할까. 5월 29일 가톨릭여성상담소가 안산대리구 문화원에서 실시한 세월호 침몰 사고 관련 ‘사회심리극’을 진행한 한국드라마심리상담협회 최대헌(다니엘·53·서울 신수동본당) 회장을 만나봤다.
“많은 분들이 집단적 무력감이 빠져있습니다. 문제는 사회가 이 분들을 환자라는 개념으로 바라보고 도움을 줘야하는 대상으로 생각한다는 거죠.”
사회심리극은 사회적인 공통된 이슈를 개인의 심리적인 문제와 연결해 다룬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사회의 문제가 개인의 문제이고 개인의 문제가 사회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이것을 자꾸 치료라고 하는데, 저는 치료라는 용어를 다 빼고 싶어요. 세월호 침몰 사고는 단순히 개인의 슬픔과 극복해야할 과제로 볼 것이 아니라 잊지 않으려는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최 회장은 세월호 침몰 사고 다음 날부터 사회심리극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대형 참사가 될 거라 생각하진 못했지만 분명 이 일을 자기 탓으로 돌리고 힘들어할 사람들이 있을 거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사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내 심리적인 문제도 드러내면서 같이 해결하려고 하는 노력도 맞물려서 가야해요.”
서울과 양평 등 여러 지역에서 같은 프로그램을 7번 실시했다. 앞으로도 최 회장은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어디든 갈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 중 하나는 사람들이 표현을 하는 것이에요.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가를 나누면서 이것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내 어려움을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 고통이 경감됩니다.”
대부분 개인적인 슬픔에 잠겨 있던 참가자들이 속마음을 표출하고, 주위의 공감을 얻자 능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 회장은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사회 정의라는 측면에서 책임의식을 갖고 뭔가 해야 된다는 인식이 퍼지길 바라고 있다.
“이런 모임들이 자꾸 만들어지고 이야기를 나누며 하나의 공동체로 자리 잡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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