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미사는 어떻게 하지?’
여행을 떠나는 신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봄직한 고민이다. 토요일 특전미사를 드리고 출발하자니 너무 늦고 주일 저녁미사를 드리려고 귀가 길을 서둘러보지만, 길이라도 막히면 미사를 궐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고민을 하는 신자들이 편안하게 미사를 드릴 수 있도록 춘천교구 양양본당(주임 정귀철 신부)은 많은 관광객이 모이는 유명 숙박시설에서 상설로 주일미사를 마련했다.
강원도 양양솔비치 호텔 1층 로비. ‘천주교 미사 안내’라고 적힌 현수막이 큼직하게 자리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9시 특전미사를 봉헌한다는 안내다. 리조트와 호텔이 함께 위치한 양양솔비치는 이용하는 투숙객이 피서철 등 성수기에는 약 2000명, 비수기에도 1000여 명은 모일 정도로 양양 인근에서는 규모면에서도 인기면에서도 손꼽히는 시설이다.
미사에 참례하는 신자들은 성수기에는 100명 이상이고 연평균 50여 명이다. 신자들은 여행지에서 생각지도 못한 미사를 참례하게 돼 기쁘다는 반응이다. 솔비치에 마련된 미사에는 솔비치 투숙객뿐 아니라 인근 숙소에 묵는 신자들도 함께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솔비치에서 미사를 봉헌한 송진규(레오·44·의정부교구 석사동본당)씨는 “가족과 함께 여행으로 양양을 찾았는데 숙소에 미사가 있어 반가웠다”며 “덕분에 미사 부담을 덜어 마음 편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솔비치에서 매주일 미사를 봉헌하게 된 것은 지난해 3월부터지만, 본당은 여행객을 위한 사목적 배려에 꾸준히 노력을 기울여 왔다. 양양을 찾는 여행객들이 본당 미사에 참례하도록 주보 등을 통해 공지를 하기도 하고, 피서철에는 양양 인근 해수욕장을 찾아 미사를 봉헌하기도 했다. 솔비치의 여행지 미사도 처음에는 거절당했지만, 여러 차례 관계자와 협의를 통해 가능하게 됐다. 미사에 대한 투숙객의 호응이 높아지자 지난달부터는 개신교 예배도 운영되고 있다. 본당은 오는 피서철에 인근 해수욕장 등에 미사 안내 현수막을 달아 더 많은 신자들이 미사를 참례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또 여행지 미사는 여행객들이 여행만이 아닌 ‘순례’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본당이 매 미사 본당관할 순례길인 ‘티모테오길’을 소개하자 입소문을 타고 순례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순례를 위해 다시 양양을 찾는 신자들이 있을 정도다. ‘티모테오길’은 양양본당 3대 주임으로서 공산당의 위협에도 불구, 북쪽 신자들을 위해 사목활동을 펼치다 순교한 고 이광재 신부가 북한 공산화에 따른 가톨릭 박해를 피해 신자들을 38선 이남으로 피신시키던 길이다.
정귀철 주임 신부는 “솔비치에 묵는 사람이 2000명이라면 한국 신자비율을 생각할 때 200명은 신자인 셈”이라면서 “보좌신부 없이 본당과 공소에서 6대의 미사를 집전하고 있어 어려움도 있지만, 이 미사로 많은 신자들이 주일미사를 궐하지 않아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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