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 전에도, 후에도, 레지오 회합이 끝난 후에도 광주대교구 조곡동본당(주임 표양권 신부)에 신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물뿌리개에 물을 가득 담아 오고, 물에 이것저것을 섞은 뒤 텃밭에 뿌리기 시작한다. 햇볕은 따사로이 내려쬐고, 선선한 바람이 이마의 땀을 식혀주니 일하는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하다.
“우리 텃밭 크기는 작지만, 뜯어도 연신 자라니까 수확하는 양이 제법 되고 재미도 있죠.”
조곡동본당 왼편 작은 공간에 마련된 42개의 텃밭. 이웃주민들의 일조권을 보장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지 고민하다가, 텃밭을 만들고 본당 신자들에게 개인 당 2개씩 분양했다. 각자에게 분양된 3.3㎡(1평)정도의 작은 텃밭 2개에는 상추, 열무, 가지, 고추, 방울토마토는 물론 파프리카나 옥수수도 자라고 있다.
“우유에 설탕을 섞어서 뿌리면 진딧물이 사라진데, 저번에 뿌려봤더니 확실히 사라진 거 같긴 한데 개미가 늘었네?”
초보농사꾼들에게 농사는 배움의 연속이다. 시행착오도 종종 겪지만, 그로부터 얻은 교훈들을 서로 나누니 텃밭은 나날이 풍성해지고 있다. 텃밭 주인들이 서로 농사에 관한 정보를 공유해 EM을 가져와 뿌려보기도 하고, 손수 벌레를 하나하나 잡기도 한다. 텃밭에는 주인들이 손수 만든 팻말들이 있는데, ‘바야네 텃밭’ ‘지수네쑥쑥텃밭’ 등 이름만 들어도 미소를 짓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우리 손녀가 자기 세례명을 따서 텃밭 이름을 지었어요. 정말 애정을 갖고 주말에 와서 물도 주고, 씨도 뿌리고, 모종도 심는 걸 보니 대견하죠.”
‘바야네 텃밭’ 주인인 장영자(라파엘라·67)씨는 다리를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목발을 짚고 성당에 왔다. 부탁한 EM을 물과 섞은 후 뿌리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는 장씨는 손녀 김선우(바야·8)양과 함께 농사를 짓는 즐거움이 쏠쏠하다고 이야기한다.
“얼마 전에는 텃밭 주인들이 모여서 삼겹살 파티를 했어요. 텃밭에서 뜯은 채소들로 쌈을 싸서 먹는데 정말 즐겁고 좋은 시간이었어요.”
텃밭 주인들의 만족도도 만족도지만 이웃주민들이 아름답게 꾸며진 텃밭을 보고 성당에 대해 좋게 생각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게다가 텃밭 덕분에 관리가 소홀해지기 쉬운 성당 뒤편 공간도 신자들이 자주 지나다니며 돌보기 때문에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다. 또한 텃밭을 가꾸기 위해 성당을 자주 들리다 보니 미사 참례도 더 자주 하게 된다.
“올해에는 신청을 못 했지만 내년에는 꼭 신청해서 저도 함께하고 싶어요. 텃밭도 텃밭을 가꾸는 분들도 정말 보기 좋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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