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는 세상을 사랑하십니다. 우리는 이 말씀을, ‘하느님께서는 나를 사랑하십니다’로 해석합니다. 맞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나를, 우리 개개인을 사랑하십니다. 동시에 하느님께서는 나, 너, 우리, 동물, 식물, 무생물, 모두를 사랑하십니다. 우리의 과학상식으로 말하자면 우주 전체를 사랑하십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주 하느님은 나를 더 사랑하신다고 생각하며 행동합니다. 이건 어쩌면 양심적인 표현인지 모르겠습니다. ‘하느님은 나만 사랑하신다’가 더 솔직한 표현이라 생각됩니다. 하느님과 나의 일대일 관계에서 우리는 하느님께서 나를 지극히 사랑하신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러니 우리는 하느님께서 나를, 나만 사랑하신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그런 분이신가요? 나 한 사람만 사랑하시는 작은 분이신가요? 우주를 다 담고도 넉넉한 분이라고 우리는 믿지 않습니까! 하느님께서 나만 사랑하고 계시다고 믿으십니까?
하느님께서는 외아들 예수님을 우리에게 보내주셨습니다. 사랑하는 곳,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사랑하는 아들을 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직접 창조하신 이 세상을 보시고 얼마나 흡족해 하셨습니까. 사랑으로 만드셨으니 아름답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신의 모상대로 지어 만드신 우리는 오죽하겠습니까. 우리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엽고 사랑스런 당신의 자녀들입니다. 이 자녀들이 더 잘 자라고, 더 행복하고, 궁극에는 당신과 영원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아들을 보내주셨습니다. 이렇게 지극 정성으로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우리를 잊지 않으십니다. 오매불망 우리 생각만 하고 계십니다. 어떻게 하면 더 사랑할까를 고민 중이십니다. 그런 하느님을 모른다거나 배척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사랑을 멀리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사랑하며 산다고 합니다. 부모님, 형제, 친구, 연인을 사랑하며 살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고 계신 사랑이 빠지면 우리들이 나누는 이러한 인간적 사랑은 허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허전함을 넘어 심판을 하게 됩니다. ‘내 사랑이 더 깊니, 너는 왜 사랑을 하지 않니, 그건 사랑이 아니야’ 이렇게 서로를 심판하게 됩니다. 사랑을 하기 위해 모여서 사랑을 이야기 하고, 사랑을 한다고 생각하면서 정작 우리는 심판을 하고 있습니다. 심판하고 심판받는 자리에 사랑은 온데간데 없어집니다. 사랑이 있어야 할 자리에 심판에서 비롯된 불신과 의심, 죄가 남습니다.
이 불신, 미움, 의심, 죄의 자리에 예수님께서 오셨습니다. 심판을 물리고 다시 하느님의 사랑을 알려주시려 오셨습니다. 우리가 온 정성을 다해 사랑할 때가 있습니다. 이때에는 어떠한 판단도 생각도 없이 온전히 그 사람만을 위한 사랑의 마음뿐입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사랑하신 것처럼. 아들을 보내신 것처럼. 끝임 없이 지켜보시는 것처럼. 우리는 그렇게 진짜 사랑을 하기도 합니다. 그 사랑 안에는 하느님께서 자리하십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의 사랑을 이끄십니다. 예수님의 삶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께서 사랑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보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의 삶으로 들어오셔서 우리의 부족한 사랑을 채워주십니다. 당신께서 직접 우리에게 행하셨던 그 사랑을 우리 몸과 마음 안에서 다시 일으켜주십니다.
우리는 심판받지 않습니다. 하느님이 사랑이시고, 예수님께서 직접 우리를 사랑해주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심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과 예수님의 사랑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믿습니다. 세상을 사랑하신 하느님과 함께 우리도 세상으로 나가 세상을 사랑합시다. 내 가족, 내 공동체에 머물지 말고, 세상, 우주로 우리의 사랑을 넓힙시다. 하느님과 예수님처럼.
김동일 신부는 2003년 예수회 입회, 서강대 신학대학원에서 철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필리핀 마닐라 LST(Loyola School of Theology)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2013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현재 예수회 수련원 부수련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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