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정신이 아니라 생각될 정도로 열심히 일해 왔어요. 딸도 아들도 정말 착하게 살고, 부지런히 살았죠. 그런데 앞으로 정말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어요.”
딸의 이야기를 꺼내자 김광순(안젤라·60·광주 화정4동본당)씨의 눈에서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어느 날부터 배가 불러오기 시작해 찾아간 병원에서는 청천벽력과 같은 진단을 내렸다. 난소암 4기, 자궁내막암 초기에 이미 폐로 암세포가 전이된 상태라는 진단을 받고 서둘러 수술날짜를 받았다. 딸 김태영(실비아·34)씨의 친구들이 일하고 있는 화순전남대학교 병원에서 수술을 하려 했지만 더 큰 병원으로 가라는 권고에 따라 서울에서 수술을 받았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였지만 서울에서도 별다른 방법이 없을 정도로 위중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다행이 보험을 들어놓아 수술비는 잘 해결됐지만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며 집안의 든든한 기둥이었던 딸은 근로능력상실자가 됐다.
“수술은 잘 됐었어요. 횡격막과 간 쪽이 다 암세포 밭이었다고 할 정도였는데 말이죠. 그렇지만 자궁을 다 들어내고 난소를 다 잘라 내버렸으니 결혼 못 하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들 김병남(이냐시오·32)씨는 다니던 회사가 망해서 돈을 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국내에서 재취업하기가 힘들다 생각해서 해외로 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지만 아픈 누나를 두고 갈 수가 없어 일정을 미루고 미뤘다. 누나의 수술이 무사히 끝나는 것을 보고 출국해, 필리핀에서 돈을 벌고 있긴 하지만 자리를 잡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렇게 암을 이겨내려고 노력했는데, 재발을 했어요. 난소암이 재발이 많다고 하지만 운동도 정말 열심히 했는데요.”
난소암은 재발이 잦다. 정기적으로 받는 암 검사에서 골반 쪽에 암이 재발했음이 확인됐다. 암을 이겨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재발을 막지 못했다. 다행히 지난 2013년 12월에 한 2차 수술도 무사히 잘 끝났지만 보험이 적용되던 1차 수술과는 달리 2차 수술은 해당사항이 없었다. 거듭된 입원으로 인해 빚만 늘어가고 있는 상황인데, 젊었을 때부터 궂은일을 마다않고 일해 온 김광순씨마저 얼마 전부터 관절에 문제가 생겨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정말 간절히 기도해요. 딸 다 낫게 해달라고, 아들 잘 되게 해달라고, 그리고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딱딱해진 저를 부드럽게 해달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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