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한국사회의 가족 구성원은 많아봐야 4~5명, 적으면 2~3명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자녀들이 함께 어울려 살았던 예전과 비교해 보면 가정의 형태가 꽤 단출해졌습니다. ‘가정의 규모가 작아진 만큼 가족 구성원들의 친밀도가 높아지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작은 집에서 십여 명이 북적이며 살던 대가족 때보다 오히려 내 가족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13년 자살실태조사’는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2013년 자살기도자의 77.4%가 가족들과 거주하고 있고, 연령별로 살펴보면 모든 연령에서 가족과 거주하는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반면 전국 19세 이상 75세 이하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살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 분석 결과, ‘누군가 자살에 대해 생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은 대개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라는 물음에 자살을 생각해 본 집단의 73.7%가 ‘동의’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는 자살 생각이 있는 경우에도 가족들에게는 잘 이야기 하지 않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번 조사에서 우려되는 사안이 또 하나 있습니다. 응답자의 47.4%가 ‘자살은 아무런 경고 없이 발생한다’는 의견에 동의했습니다. 여기에서 자살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인식 수준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자살을 시도하기 전에는 많은 경우 분명한 징후를 보냅니다. 그렇지만 지인들 특히 가족들조차 이 징후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살의 다차원적 원인을 밝히고 자살사망자 및 시도자의 특성, 자살의 위험요인을 규명하기 위해 실시된 조사에서는 심리적 부검을 통한 각 연령대별 행동, 정서감정, 언어적 자살위험 징후의 특징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20대 이하의 경우 SNS 사진이나 문구를 자살 관련 내용으로 바꾸며 죽음을 위한 신변 정리를 하는 행동을 보이고, 30~40대는 주변인에서 가족까지 관계 단절이 확장되는 양상을 띱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과거의 잘못을 비는 행동 및 언어징후를 보인다는 것도 특징입니다. 50~60대의 경우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평소와는 다른 호의를 베푸는 등 특이한 행동을 하며, 자식들에게는 ‘어머니(혹은 아버지)’를 잘 모시라는 당부의 말을 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예고 징후를 가장 빨리 알아챌 수 있는 이들은 곧 가족일 것입니다. 각 연령 별로 자살예고 징후는 다르지만 징후를 표현하는 대상이 가족 또는 가까운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가족의 관심과 소통이 자살률을 낮추는 예방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인지해야하는 이유입니다.
※전화상담 1599-3079, 문의 02-318-3079, www.3079.or.kr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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