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제게 주신 그 넘치는 사랑을 제가 만나는 이들에게도 나눠주고 싶었어요.”
지난 5월 30일 열린 2014년도 제24회 호암상 시상식에서 사회봉사상을 수상한 안나의 집 대표 김하종 신부(본명 빈첸시오 보르도·오블라띠 수도회). 그에게 있어 이 상은 노숙인과 위기 청소년, 난독증 대상자들과 동고동락하며 지나온 지난 20여 년간의 발자취를 돌아보게 했다. 예수님이 자신에게 보여준 깊은 사랑이 자신을 통해 다시 이웃에게로 전달되기를 바라는 그 마음이 그를 오랜 시간 같은 자리에 머물도록 했다.
“한국에 왔을 때 제 마음 속에는 오직 예수님의 사랑과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사랑이 전부였어요. 살면서 그 사랑의 실천방법을 터득하게 됐지요. 지금과 달리 일을 시작하던 초기는 오해와 편견이 많았어요. 때로는 실패했다고 느끼거나,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요. 하지만 이번을 계기로 그동안의 보람과 함께 자신감, 감사의 마음을 새삼 느끼게 됐어요.”
김 신부에게는 매일의 소소한 일상도 감사로 통한다. 일을 할 때도 예수님께 의지하고, 그 사랑에 감사한다.
“예수님께서 살아계시고, 부활하시어 우리 곁에 계시다는 사실을 믿고, 또 느끼고 있어요. 그 크신 사랑을 다른 이들과 나누는 것이 신부가 되고, 이곳에 온 동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김 신부는 소외된 우리 이웃과 만나는 현장을 감실이라고 여기고 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영광은 예수님을 모시는 성체 성사 안에서 드러나지요. 하지만 여전히 그분에게는 상처가 남아 있습니다. 그 상처가 바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우리 이웃이지요. 여기 오는 이들을 불쌍한 사람이 아닌 부활하신 예수님의 상처로 알고, 환영하고, 받아들이고, 치유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이곳은 저에게 있어 감실입니다.”
김 신부는 20여 년 전, 한국에 오자마자 이름을 김하종으로 바꿨다. 하느님의 종으로 살겠다는 의미다. 또한 장기기증과 시신기증을 결심했다.
“예수님께 받은 사랑의 선물을 제 목숨이 다할 때까지 나눠주고 싶어요. 더불어 우리에게 죽음은 가장 슬픈 시간이지만, 장기기증이나 시신기증을 통해 마지막까지 다른 이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지요.”
김 신부가 이처럼 변함없이 한길을 갈 수 있도록 한 것은 주변의 도움과 기도, 그리고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누군가 저에게 필요한 것을 묻는다면 기도라고 대답할 겁니다. 예수님께서 도와주시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뤄질 수 없지요. 개인적으로는 사랑이 필요합니다. 많은 이들이 자신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이웃들에게 먼저 손 내밀 수 있는 우리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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