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함은 깊어지고 아름다움은 더해졌다.
최근 성당들이 진화하고 있다. 미사를 봉헌하는 공간으로서 충실한 것은 물론이고 예술적 아름다움까지 자랑한다. 이러한 진화의 이유는 하나다. 전례를 보다 전례답게 거행하기 위해서다.
오는 29일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새성당 봉헌식을 갖는 가재울성당(주임 오승원 신부)은 현대적 건축미와 편안함이 조화를 이룬다. 본당은 파스텔 색조의 스테인드글라스와 순박한 성미술품, 부담스럽지 않은 조명 등 신자들이 제대와 십자가에 집중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신경 썼다. 정사각형의 돌들이 켜켜이 쌓인 제단 벽면과 통일감을 주는 십자고상은 화려하지 않지만 신자들이 평온함 속에서 기도할 수 있게 한다. 그러면서도 본당은 현대적인 감각은 놓치지 않았다. 스테인드글라스 작가인 오순미씨에게 직접 성당 한쪽 벽면의 디자인을 맡기는 과감한 선택이 낳은 결과였다. 스테인드글라스와 조명이 어우러진 덕분에 밋밋할 수 있는 성당 외형은 이색적이면서 내부는 거룩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성당에는 40여 년의 본당 역사도 담겨 있다. 이전 성당에 설치됐던 성물들을 폐기하는 대신 새성당으로 고스란히 옮겨와 신자들이 자주 왕래하는 곳에 전시했다. 스테인드글라스 1세대 작가인 고(故) 이남규 선생의 작품 일부를 재설치하기도 했다. 신자들이 기도했던 성물을 함부로 보관할 수 없었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이남규, 임송자, 이승원 작가 등 이름만 대도 알만한 가톨릭미술계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기도 한 성미술품으로 인해, 새성당은 신자들에게 친숙한 공간으로 다가간다.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원장 박원주 신부) 성당 ‘성 요한 오라토리움’은 초대 교회가 지켰던 ‘초심’을 주제로 설계됐다. 성(聖)과 속(俗)을 연결하는 문과 초대 교회의 상징인 물고기 문양, 손 형상의 성수대, 삼위일체를 상징하는 제대 등 성당 내외부를 장식하는 성미술품들 역시 하나의 주제로 연결된다.
전례의 보고이자 은총의 샘인 감실은 성당의 하이라이트다. 감실이 모셔져 있는 경당 천장에는 세계 지도가 그려져 있으며 벽체에는 창세기, 요한묵시록의 성경 구절과 그레고리안 성가 악보 등이 새겨져 있다. 이러한 디자인은 단번에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오랫동안 성당에 머물며 묵상하면 서서히 형상을 발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전례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성음악의 아름다움을 신자들에게 오롯이 전하기 위한 노력도 빼놓지 않았다. 국내 유일의 교회음악 교육기관인 만큼 교회음악대학원은 성가대의 음성과 함께 감동을 미사 참례자들에게 그대로 전달하고자, 성당 내부에 음향기기를 전혀 설치하지 않았다. 대신 음향을 맞추기 위해 벽돌을 활용했다. 의도는 적중했다.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 이곳에서 봉헌되는 성음악미사 참례자들은 “이처럼 아름다운 미사는 처음이며 깊이 감동했다”고 전했다.
3년에 걸쳐 성당 컨셉트와 설계, 디자인을 구상한 디자인카르텔 우상헌(요한) 대표는 “신부님들과 설계를 토론하면서 이곳을 가톨릭문화의 중심지로 만들고 싶어졌다”며 “많은 신자가 ‘나는 그리스도인이다’는 정체성을 깨달을 수 있는 성미술품과 성음악이 이곳에서 탄생하길 바란다”고 고백했다.
대전교구 홍성성당(주임 맹세영 신부)은 순교신심을 담아낸 성미술품으로 가득하다. 홍주 관아와 목칼을 형상화한 독서대와 성수대, 성작 모양인 제대 등을 통해 성당 곳곳에서 순교신심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제대 십자가와 감실, 십사처 등은 칠보 공예로 제작,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뽐낸다. 훈정 김혜숙(마리아) 작가가 작업한 작품들은 오는 8월 하느님의 종 124위 시복식을 앞두고 순교신심을 묵상하도록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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