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없는 노래 없고 각고의 노력 없이 손쉽게 탄생한 노래도 없겠지만, 군종교구 육군사관학교 화랑대본당(주임 김성현 신부) ‘솔리데오’(Solideo)의 ‘천사의 노래’는 팀 이름처럼 오직 하느님만을 찬양하겠다는 병사들의 열정과 혈기가 빚어낸 역작이다. 작사, 작곡, 보컬, 연주의 4요소가 ‘사위일체’를 이뤘다.
솔리데오의 단장이면서 ‘천사의 노래’를 작곡한 김민수(실비아)씨의 드러나지 않는 헌신이 병사 단원들의 탈렌트를 하나로 묶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우리 속담처럼 김민수 단장은 개성이 분명한 솔리데오의 김형석(요한요셉·23·육사 근무지원단) 병장과 박성환(요한·24·육사 군악대) 상병, 방현우(예비신자·24·육사 군악대) 상병을 솔리데오라는 보배로 절묘하게 꿰어냈다.
솔리데오는 5월 23일 열린 제14회 PBC 창작생활성가제에서 ‘천사의 노래’로 대상을 받으며 출전자 자신들은 물론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시간이 자유롭지 않은 현역 군인 신분으로 일궈낸 결과이기에 솔리데오의 대상 수상은 더 값진 의미가 있었다.
솔리데오의 도전은 김민수 단장이 절친한 친구 박지은(세라피나)씨를 통해 사제 시인 이정우 신부(대구 고산본당 주임)의 시 ‘천사’를 우연히 접하게 되면서부터다. 고산본당 신자인 친구 박씨는 지난 2월 즈음 미사를 봉헌하던 중 이정우 신부가 낭독하는 시를 듣고 커다란 감동을 받았다고. 미사가 끝나자마자 이 신부에게 달려간 박씨는 “제 친구 중에 작곡가가 있는데 신부님 시에 곡을 붙이면 아름다운 노래가 될 것 같다”며 시를 가사로 쓸 수 있도록 요청했고, 이 신부가 이에 흔쾌히 승낙하면서 곡 작업이 시작됐다. 화랑대본당 ‘그레고리오 성가대’ 지휘를 맡고 있던 김 단장은 시구의 아름다움에 매료됐고, ‘그레고리오 성가대에서 활동하던 병사들에게 군복무 기간 중 기억에 남는 선물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겹쳐지면서 솔리데오를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김 단장은 20일을 하루 같이, 하루를 20일 같이 작곡에 몰두해 곡을 완성했다. “하느님이 미리 준비해 놓으신 곡을 제가 퍼즐 맞추듯이 온종일 새벽까지 작곡에만 몰입하다시피 하며 이정우 신부님의 시를 제 나름의 해석으로 재완성 했습니다.” 김 단장은 젊은이들의 밝고 활기찬 분위기보다는 묵상에 도움을 주면서 세상일에 지친 신자들에게 위로를 주는 마음 따뜻한 곡을 만드는 데 주안점을 뒀다.
곡을 완성하고도 난관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성가제에 출전하기에는 남은 시간이 촉박해 “다음 대회에 나가자”는 의견도 나왔다. 곡을 충실히 소화해낼 보컬을 찾는 일도 험난한 과정이었다. 김 단장은 멤버들을 다독이며 동기부여를 통해 대회 출전에 의견을 모았고 처음의 솔로 보컬에서 계획을 바꿔 김형석 병장과 박성환 상병의 듀엣으로 보컬을 낙점했다. 김 병장과 박 상병의 듀엣을 듣는 순간 팝과 성악의 조화에 감동해 환호성을 터뜨렸고, 이 모든 것들은 주님께서 미리 계획하신 일임을 느꼈다.
솔리데오 멤버들은 각자 소속 부대 일정에 따라 군복무에 충실하면서 연습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저녁 식사시간을 아껴 화랑대성당에 매일 같이 모였다. 한정된 시간인 만큼 혼연일체가 돼 연습에 집중했다. 이렇게 1차, 2차 예선을 어렵게 통과하고, 최종 본선에 오르면서 부대에서도 연습시간을 일정 부분 배려해줬다. 화랑대본당 김성현 신부와 수녀, 그레고리오 성가대 대원들, 군인 신자들의 관심과 격려가 본선일이 다가올수록 뜨거워져 멤버들은 더욱 기운을 냈다.
아쉽게도 최종 본선을 앞두고 솔리데오에서 플롯을 연주하던 오승후(라파엘·27)씨가 4월에 전역하면서 대학 복학과 함께 팀을 떠나야 했다. 복학 후에도 화랑대성당에서 멤버들과 호흡을 맞추며 마지막 무대까지 오르기 원했지만 대학에서 맡은 활동과 솔리데오를 병행할 수가 없었다. 또 한 차례 찾아 온 위기를 클라리넷을 맡고 있는 방현우 상병이 빼어난 연주실력으로 이겨냈다.
5월 23일 마포아트센터. 솔리데오를 포함해 12개 팀이 경연을 끝내고 수상자 발표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솔리데오의 이름이 계속 나오지 않았다.
“대상 솔리데오!”
마지막 대상 호명이 들리자 가장 초긴장상태로 대회를 관람했던 화랑대본당의 ‘귀염둥이 아가씨’ 박주은(리오바·7)양은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요”라며 환희의 일성을 터뜨려 눈길을 모으기도.
솔리데오 멤버들은 다시 군인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큰 기대 없이 대회에 나갔다는 박성환 상병은 “주님, 제가 누구이기에 이런 큰 일을 저에게 이뤄주셨습니까?”라고 고백했다. 김형석 병장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은 것은 물론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솔리데오 멤버들 간의 소중한 추억이 앞으로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방현우 상병 역시 아직 세례를 받지는 않았지만 본당 성가대 활동과 이번 대회를 통해 신앙을 키워가고 있다.
의외로 김민수 단장은 솔리데오의 대상 수상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수상 여부보다는 ‘천사의 노래’가 신자들에게 자주 불리어지고 묵상과 위로의 통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 단장은 솔리데오 1기의 멋진 출발에 만족하지 않고 2, 3기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군복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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