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온다! 와”
“어어… 에그… 저것을 못 넘다니.”
멀찌감치 서서 서핑(surfing)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구경꾼들은 마치 인터넷게임에 빠진 아이들처럼 흥분하며 소리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서핑은 파도를 타는 놀이이다. 서퍼(surfer)들은 파도가 오기까지 기다리면서 서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멋지게 라이딩을 하면 엄지를 치켜 올리고 함성을 지른다. 그들은 그 잠깐의 라이딩을 즐기기 위해 파도를 기다리며 오랫동안 바다에 머문다.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 공간을 여기저기 검색하며 둘러보는 행위를 웹서핑(web surfing)이라 한다. 파도를 타는 놀이와 검색을 하는 놀이 모두 ‘서핑’인 이유는 망망대해에서 이리저리 가로지르는 모습이 일맥 상통하는바가 있어서일 것이다.
그런데 검색은 무언가를 읽으며 몰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터넷 검색을 할 때 5분 이상을 한 정보에 집중하지 못하고 주변 정보나 광고에 시선이 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러니까 검색은 읽는다기보다 이리저리 둘러보는 쇼핑의 행위에 더 가깝다고나 할까. 비순차적으로 흥미와 관심분야를 따라 여기저기 건너뛴다. 정확하게 ‘훑는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요즘 많은 사람들은 검색으로 아침을 시작한다고 한다. 그리고 출근길에 전철에서 버스에서 그리고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지루함을 달래주는 서핑으로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이렇게 반복되는 습관은 결국 우리를 한 곳에 오래 집중할 수 없게 만든다. 책 한 권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인내심과 내 자신을 돌아보는 사색과 성찰의 능력도 잃는다. 검색으로 빠르고 쉽게 찾은 이미 가공된 인스턴트정보는 즉흥적인 만족감에 빠지게 하고, 앞에서부터 차근차근 읽어야 이해되는 아날로그적 선형적 논리가 점점 낯설게 된다.
우리는 익숙한 것을 반복적으로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어 한번 습관으로 정착이 되면 삶의 방식과 생각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쉽고 빠르게 만족을 가져다는 주는 ‘검색’은 느리고 깊게 들어가야 하는 ‘사색’의 자리를 밀어낸다. 그리하여 멈추고 인내하며 집중해야 하는 기도나 전례도, 마음으로 몰입하여 경청해야 하는 강론말씀도 마치 쇼핑하듯이 그렇게 훑고 지나가게 되는 것이다.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행동을 반복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뇌구조가 변하고 결국 정신영역의 세상까지 바뀌기 때문에 그러하다.
“어떤 사람은 하느님을 바라볼 수 있는 좋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하느님을 흘끗 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사람들과 상황을 통하여 꼼꼼하고 면밀하게 하느님을 찾는 사람도 있습니다.” (성프란치스코 살레시오)
하느님은 빠르고 쉬운 검색보다는 느리지만 인내하는 사색의 공간에 자리하신다. 그러니 ‘검색’에게 ‘사색’의 자리를 내어주어서는 안 되겠다. 전철 안에서만이라도 스마트폰을 가방 깊은 곳에 넣고, 사색의 문을 열어주는 ‘책’을 꺼내들자. 그곳에서 하느님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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