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독립운동을 한 인물 열 명을 꼽아보세요.”(윤원일·토마스·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사무총장)
“그럼 여성 독립운동가는 누가 계실까요.”(박용석·토마스·57·서울 신내동본당)
“안중근 의사께서 「동양평화론」을 쓰신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것이 가톨릭 신앙과 이어져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습니다.”(조원기·에디지오·23·서울 신내동본당)
지난 15일 서울 신내동본당(주임 이기우 신부)의 저녁 풍경이다.
이날 오후 7시 신내동성당에서 열린 ‘안중근 토마스 특별강연’ 후 성당 곳곳에서는 짧은 강연을 못내 아쉬워하는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여운을 되새기고 있었다.
신내동본당의 안중근(토마스) 의사 사랑은 이미 소문이 날 대로 나있다. 이날 행사에도 인근 본당 신자들까지 찾아와 특강을 들으며 안 의사의 정신을 되새기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특강에 함께한 김양희(데레사·46·서울 개포동본당)씨는 “특별한 계기가 아니면 좀처럼 접하기 힘든 안중근 의사와 관련된 행사가 있다기에 찾아오게 됐다. 안 의사의 정신을 새롭게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 특강을 한 신성국 신부(청주교구·전 안중근학교장)는 “교회 안팎을 아울러 전국 어디에도 안중근 의사와 관련해 꾸준히 그분의 정신을 돌아보고 되새기는 행사를 마련하는 곳은 없다”면서 “안 의사를 통해 신앙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돼 신앙생활에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내동본당이 안중근 의사와 특별한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중근 의사가 신앙인의 표상임에도 그의 정신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신자들이 대부분임을 안타까워한 본당 주임 이기우 신부가 총대를 메고 나섰다. 이 신부는 ‘우물 안 개구리’식의 신앙생활에 머물러서는 신앙을 성숙시키기 어렵다는 생각에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을 맞아 그해 10월 ‘신앙인 안중근’을 연결고리로 삼아 일본 삿포로교구 신자들을 처음으로 초대해 안 의사가 품었을 ‘동북아시아 복음화’의 뜻을 나눴다. 안 의사가 한국, 일본, 중국은 물론 남북한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아이콘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같은 그리스도인이면서도 안 의사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봐온 두 나라 신자 모두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또 이듬해부터는 매년 안 의사의 순국일에 즈음해 ‘안중근 토마스의 밤’ 행사를 열어 안 의사의 정신을 신자들의 마음에 새겨오고 있다.
특히 안 의사 순국 104주년이었던 지난 3월 26일에 열린 ‘안중근 토마스의 밤’ 행사 때는 다채로운 기념행사와 함께 성당 입구에 안중근 의사 흉상을 마련해 제막식을 갖기도 했다.
본당 주임 이기우 신부는 “참 그리스도인의 표상인 안 의사의 진면목이 제대로 알려져 이 땅에서 하느님 나라를 체험하는 삶이 확산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안 의사와 관련한 행사를 꾸준히 마련해오고 있다”면서 “이러한 모색을 통해 세속화의 길을 걷고 있는 우리 문화와 사회질서를 그리스도화하려는 노력들이 이어질 때 교회가 겨레의 구원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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