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아, 너는 이 땅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마을이지만, 너에게서 온 나라의 평화가 시작되리라.”
때 이른 장마가 들이닥친 17일 오전, 공사가 한창인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현장에서는 빗속에 ‘의자놀이’(?)가 벌어졌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오전에 봉헌되는 생명평화미사 때만이라도 해군기지 공사를 늦춰보려고 공사장 출입구를 막고 앉은 사제들을 들어 옮기는 경찰들이 벌이는 우스꽝스러운 놀이(?)는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박동호 신부)가 주님이 주시는 생명과 평화가 왜곡되는 현장을 돌아보고 인간 존엄성 회복을 위한 뜻을 모으기 위해 15~17일 2박3일간 제주도 일원에서 마련한 제1회 인권생명평화기행 마지막 날.
행사에 참가한 10여 명의 정평위원과 관계자들은 집채보다 더 큰 공사차량이 쉴 새 없이 들락거리는 공사 현장에서 언뜻 달걀로 바위치기 식의 싸움을 이어오고 있는 마을주민들과 활동가들과 함께하며 연대의 뜻을 보탰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최재선 위원(전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사무국장)은 “돈의 논리, 자본의 힘에 속아 스스로를 옥죄고 있는 인간들의 나약한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면서 “순간순간 하느님의 뜻을 돌아볼 수 있는 그리스도인의 자세를 회복할 때 주님이 주시는 평화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연히 강정마을에 들렀다가 지난 2011년부터 평화활동가로 강정에 살고 있는 연극인 방은미(요한네스 보스코·54)씨는 “아파하는 주민들의 삶을 알고도 눈을 감는다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 사랑과 신앙을 포기하는 행위라는 생각이 들어 떠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 시대 하느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광야에 많은 이들이 찾아와 함께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미사를 주례한 박동호 신부는 강론을 통해 “강정은 하느님 나라와 하느님 나라가 아닌 것을 드러내는 생생한 현장”이라면서 “강정은 우리 시대 밀과 가라지를 구별하는 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미사에 앞서 제주 4.3평화공원과 관련 유적지를 돌아보는 것을 시작으로 강정마을 순례, 강정주민·생명평화 활동가와의 만남, 강정 생명평화미사 참례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함께하며 하느님의 정의가 펼쳐지는 세상을 한마음으로 기원했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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