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수녀원에 위치한 옛 목동성당은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의 아픈 상처를 고이 간직한 소중한 성지에요. 11분의 사제들이 순교한 장소에서 살면서도 그 역사를 자세히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늘 마음에 걸렸어요.”
거룩한 말씀의 회 창설 50주년을 맞아 피정에 참가한 수녀들에게 이영일 수녀(전주교구 가정방문실 담당·사진)가 준비한 깜짝선물이 전해졌다. ‘거룩한 말씀의 회 성당(옛 대전 목동성당)의 순교자의 얼을 찾아’라는 제목의 자료에는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중 본원 자리에서 순교한 사제들과 박해의 역사가 담겨있었다.
“1977년 입회 당시에는 수녀님들 중에 기도하다가 울음소리를 들었다고 말하는 분들도 계셨어요. 그때에는 본관 뒤에 큰 우물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돌아가셨고, 수녀원 뒤편 언덕과, 심지어 성당 내에서도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다고 해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거룩한 말씀의 회 성당 내부에는 하늘색 페인트가 짙게 칠해져 있었다. 성당 내부에 핏자국을 지울 엄두가 나지 않아 페인트로 덮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증언자의 말에 따르면 당시 성당 내부에 시체가 가득하고, 바닥에 피가 흥건해 장화를 신지 않고서는 내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고 한다. 몇 년 전 페인트를 벗겨내고 바닥도 새롭게 했지만 지금도 기둥 곳곳 움푹움푹 패인 자리에서 하늘색 페인트 자국을 볼 수 있다.
“자료를 좀 더 구하면 보다 체계적으로 정리해야겠어요. 이제까지는 고인이 되신 증언자들의 이야기와 신문, 책에 나온 자료들을 중심으로 정리를 했는데 앞으로는 교구 교회사 담당 신부님들의 도움을 받아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사료를 남기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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