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회는 초창기부터 가족관계, 혈연관계 중심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신앙이 전파됐는데, 특히 남인 양반들은 대부분 가족 관계로 얽혀있었다. 초기교회에서는 가족적 전습의 기능이 중요시 됐고, 대부분 입교동기가 부전자습(父傳子習), 모전녀습(母傳女習)등 가족적 권유에 의해 보다 쉽게 이뤄졌다.
이순이 루갈다는 자발적으로 창립된 한국초기교회의 가족전습(家族傳習)에 의해 입신한 신앙 생활자의 모범이며 전형적인 모전녀습으로 신앙적인 덕행을 실현했던 한국 초기교회 안의 꽃이며, 윤리적인 도덕이나 신덕이 출중했던 젊은 여신도였다. 그의 모친 권씨부인은 권철신·일신의 누이이며, 높은 가문의 왕손 이윤하의 부인으로 그녀가 교육시킨 6남매 중 3남매가 순교자가 됐다.
이순이 루갈다의 남편 유중철 요한은 1779년 전라도 전주부 초남리에서, 1786년 가성직제도의 오류를 제일 먼저 발견해 이승훈에게 보고 성직자 영입운동을 추진하는 계기를 마련했던 유항검 아우구스티노와 어머니 신희 사이의 큰 아들로 태어났다. 유중철 요한은 어려서부터 가계전습의 이야기를 들으며 성장했다.
이순이 루갈다와 유중철 요한 동정부부가 흐트러짐 없이 자신을 온전히 하느님과 사람들에게 내어 주면서 깊은 영성의 삶을 영위할 수 있었던 것은 두 사람 모두 가정에서 모범적인 신앙을 전해 받은 덕분이었다.
당시 성직자 부재로 제대로 된 성사 생활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한문이나 한글로 된 가톨릭 서적들이 이들의 신앙 양성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이중 마태오리치의 「천주실의」와 판토하의 「칠극」의 비중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천주실의」는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동정을 지키는 것은 사람의 힘으로는 어렵고 하느님이 원하시는 사람만이 지키도록 하셨다고 말했다. 「칠극」 또한 동정은 단지 육체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삶 전체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정결을 강조하는 이유는 정결을 지키면 마음을 다해 덕을 닦고 하느님을 섬기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동정은 하느님의 도움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이순이 루갈다의 옥중서간은 치명의 특은에 대한 무한한 감사, 효성심과 지극한 우애, 동정생활과 반려자에 대한 아름다운 사랑, 동정부부와 하느님(하느님 뜻에 자가 자신을 내어 맡김, 일상에서 하느님 뜻과 은총을 알아차리기, 간절한 기도, 감사하는 삶, 하느님께 응답하는 힘의 원천, 베풂의 삶)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성, 열정, 감각적 쾌락 수반하는 에로스와 생명을 주는 초월적 사랑, 희생, 헌신인 아가페적 사랑은 이분법적이 아니라 함께 섞여 있다.
정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영적인 성(性)은 ‘예수 그리스도 우리의 영원한 연인’을 사랑하는 일로 이웃과 하느님을 향해갈 때의 영적 존재이다.
성의 나눔은 단순히 육체의 나눔이 아니다. 성을 나누는 것은 서로에게 하느님을 머물게 해주는 것으로, 내 몸이 빵이 돼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정은 정결의 표상으로, 그 안의 부부는 십자가의 신비에 함께 참여하는 이들이며, 말씀의 제대와 성찬의 제대, 침상의 제대는 모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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