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가 매년 발표하는 교세통계에 따르면 한국교회 신자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반면 주일미사 참례자 수, 성사 참여 비율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교회는 외적 성장에 걸맞은 내적 성숙을 위한 사목적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서울 무악재본당(주임 조재연 신부)은 내적 복음화의 실마리를 통합사목에서 발견했다. 어린이, 청소년, 청년, 젊은 부부, 장년, 노년 등 모든 세대가 함께할 수 있는 사목 매뉴얼로 활기를 되찾았다.
시작은 본당 현황 파악이었다. 조재연 주임신부는 본당 부임 직후 기초 현황 통계를 바탕으로 공동체 분위기를 이해하고 전 신자 대상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사목자의 정보만으로는 구체적인 전략 수립이 어려운 까닭이었다.
사목 목표를 설정한 후에는 본당 공동체 구성원 전체가 공유하고 소정의 양성 과정을 거친 봉사자들이 주도적으로 사목 계획에 참여할 수 있도록 격려했다. 본당은 공동체의 주축을 이루는 성인 사목 구조를 다지는 동시에 유아와 노인 등 본당 내 약자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했다. 유아방을 지양하는 대신 성전 출입구 가까운 곳에 유아와 부모를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어린이, 청소년, 청년이 본당 안에서 추억과 친교를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어린이 소공동체(말씀터), 유아 신앙 교실 등을 운영했다.
다음 단계는 가정과 교회의 연계였다. 가정 친화적인 분위기에서 유아세례와 가정 교리를 진행하고, 젊은 부부들을 공동체로 초대했다. 또 가족 공동체를 위한 다양한 전례를 구상했다. 가정 안에서 신앙생활이 활성화되면서 그 영향은 본당으로 확산됐다. 본당에서도 세대 간 소통이 원활해졌고 그 중심에는 항상 전례가 있었다.
조재연 신부는 “어린이, 청소년, 청년을 살리기 위해 시도했던 작업들이 성인 신자와 본당 공동체 전체를 구원하는 과정이 됐다”며 “젊은 세대와 함께하는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곧 본당을 젊음의 활력과 기쁨으로 북돋우는 과정이자 모든 세대가 함께 참여해 복음화되는 교회의 여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무악재본당의 ‘활기찬 젊은 성당 만들기’는 박문수 박사(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부원장)가 실시한 사목 평가로 효과성이 검증됐다. 평가 결과, 2009년을 제외하면 본당의 신자증가율은 매년 5.16%를 기록했다. 서울대교구 2013년 성장률이 1.33%, 전국 평균 성장률 1.5%에 비하면 3배나 높다. 특히 미사 참석률은 2008년 약 25%에서 2009년 약 34%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후 5년 동안 평균 30%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한국교회 전체는 물론 교구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박문수 박사는 본당의 사례를 통해 일반 사목에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 요소들을 정리했다. ▲사목 구조의 통합 ▲본당 내 힘든 위치에 있는 대상에 대한 우선적 선택 ▲평신도 양성 등이다. 그렇지만 본당의 경계를 넘어 지역사회로 관심을 확장하지 못한 점을 아쉬움으로 지적하고, 실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신부는 무악재본당의 사목 매뉴얼 「활기찬 젊은 성당 만들기」(가톨릭출판사, 424쪽, 1만800원)를 발간했다. 4년 반 동안 본당에서의 사목 경험을 터 잡기, 씨 뿌리기, 키우기, 열매 맺기 및 거두기 등 농사에 비유해 소개했다. 이 책 부록에는 조 신부가 사목에 적용한 다양한 자료도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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