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했어요?”
“친절한 ‘네이버’가 가르쳐 주었어요.”
“아~ 나는 ‘다음’이 괜찮은데.”
요즘 평소 해보지 않았던 요리에 자신감이 붙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검색’ 덕분이다. 그런데 같은 요리인데도 며칠 후에 다시 하려면 또 검색을 하게 된다. 왜 그럴까?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다른 지인들도 검색해서 요리하면 나중에 또 검색을 하더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원리나 의미를 읽어내지 않고 그저 하라는 대로 생각 없이 하기 때문일 것이다.
몇 년 전 대학 강의 나가면서 내비게이션을 켜고 찾아갔는데 같은 길을 거의 4년이 다되도록 내비게이션을 켜지 않고 운전하면 불안해했던 기억이 난다. 빈약한 공간감각의 탓이라고? 하지만 나는 오래전 미국 유학시절에 대충 약도만 보고 뉴저지에서 맨해튼 그리고 보스턴까지 여기저기 운전하며 다녔었다. 내비게이션은 생각 없이 가라는 데로 간다. 그래서 내 스스로 위치를 파악하는 감각을 감소시켰는지도 모른다.
영국의 런던은 택시기사가 면허증을 취득하려면 약 2만5천개의 도로와 수천 개의 광장과 4만여 개의 거리이름을 외워야한다. 내비게이션 없이 런던의 모든 위치를 익히며 다녀야 하는 것이다. 런던신경학자들은 이 택시기사들을 운전시작부터 3~4년 후의 해마(학습하고 기억하는 기능) 성장을 조사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런던 택시기사의 해마의 크기가 비교집단에 비해 엄청 증대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더 놀라운 것은 기억의 저장고인 해마의 크기가 근무기간과 비례하여 성장했다고 한다. 뇌는 스스로 생각하여 기억하는 만큼 변화하고 성장한다. 그러니 남의 생각만 찾아가는 ‘검색’은 스마트한 바보로 살아가게 한다.
스마트한 시대, ‘검색’하지 않으면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먹어야 할지, 어떻게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야 할지를 모른다.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고 지시한대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뇌가 퇴화되어가고 있다는 학자들의 말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닐 것이다. 요즘 현대인들은 기억의 저장고가 구멍이 났는지, 나이와 상관없이 잘 잊곤 한다. 어쩌면 잊었다고 하기 보다는 처음부터 저장해 두지 않아서일 것이다.
검색은 남의 생각을 들여다보지만 사색은 나의 생각을 바라본다. 검색은 남의 것을 모방하지만 사색은 나의 것을 창조한다. 검색은 생각 없이 따라가지만 사색은 내 스스로 길을 찾는다. 검색은 너를 보게 하지만 사색은 나를 보게 한다.
그런데 사색, 어떻게 할까?
사색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사색이란 것이 왠지 사치스럽고 수도자처럼 매일 수련해야 될 것 같이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일단, 평소 읽고 싶었던 책 한 권을 선택하라. 그리고 내 자신과 데이트한다는 생각으로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찾아라. 그리고 호흡을 가다듬고 책장을 열고 집중하면 작가의 생각이 아닌 나의 사고로 옮겨온다. 그리고 연상하고 추론하며 통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집중하여 읽는다면 말이다. 그런데 반드시 연습이 필요하다.
그러니 오늘부터라도 종이책과 친할 수 있는 연습을 하자. 지도를 보고 길을 찾고, 두꺼운 요리책을 펼치고 요리법을 탐색하고, 종이냄새를 맡으면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자. 줄을 긋고 메모하고 음미하면서 사색의 공간을 넓혀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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