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9일 오전 7시가 넘어가자 한국가톨릭군종후원회 서울지부(회장 김진택, 담당 이성운 신부) 회원들이 하나 둘 서울 명동성당 입구에 모이기 시작했다. 19~20일 ‘종교계 지도자 부대방문’ 행사로 진해 해군부대를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출발 예정시각인 오전 7시40분까지 단 한 명도 늦지 않고 35명 전원이 버스에 올라탔다. 전체 일정 진행을 담당한 계룡대 해군본부 김성진 주무관은 “단체로 움직이면 예정보다 항상 늦어지기 마련인데 군종후원회 회원들은 확실히 다르다”며 놀라는 눈치였다.
이날 참석자 중에는 평생 군인의 삶을 산 박문길(베드로·72·사당동본당)씨를 비롯해 전직 군인들과 현역 군인의 가족 등이 다수 눈에 띄었다. 군종후원회 담당 이성운 신부 역시 군종신부로 20년을 봉직했다.
정확히 오전 7시40분에 출발한 버스는 한강을 건너 남쪽으로 향했다. 8시부터 묵주기도가 시작됐고 각자 묵상의 시간을 가진 후 버스는 남으로 남으로 달려 출발 5시간20분 만인 오후 1시에 진해 해군부대 정문에 도착했다.
부대 입구에서 기다리던 해군 군종병과장 서하기 신부와 진해기지사령부 진해해군본당 주임 박재우 신부가 버스에 탑승해 회원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버스 창 밖으로 보이는 탁 트인 바다와 항구에 정박해 있는 군함들의 위용에 눈이 휘둥그레진 회원들을 위해 박재우 신부가 진해 해군부대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부대가 하나의 커다란 도시를 이루고 있는 곳으로 크게 해군사관학교, 진해기지사령부, 해군교육사령부 세 단위로 구성돼 있습니다. 해사는 아시는 것처럼 생도들을 장교로 육성하는 곳이고 진기사는 주로 해군 간부들이 일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모든 해군 병사와 장교, 부사관들이 입대하면 거쳐가는 곳이 해교사입니다. 해군 특수부대인 UDT와 SSU도 이곳에서 훈련합니다. 부대별로 해군사관학교본당, 진해해군본당, 해군교육사본당 등 3개의 본당이 있습니다.”
박 신부는 언뜻 군함이 상당히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세월호 참사 발생 후 구조작업을 위해 진도로 출동한 군함들이 많아 평소보다 군함이 적고 성당에도 남성 신자가 이전보다 적어졌다고 부대 상황을 설명했다.
버스가 해군사관학교 앞에 멈춰서자 해사본당 신자들이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달려온 회원들에게 “어서오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회원들은 해사성당으로 향하는 언덕길을 걸으며 해사의 68년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울창한 아름드리 나무의 운치에 감탄했다. 성당 안팎에는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풍선과 도화지로 장식돼 있었다.
6월 19일 오후 2시 군종후원회 회원들과 송기훈(알로이시오·대령·해사 교수부장) 사목회장 등 해사본당 신자들은 이성운 신부 주례로 미사를 봉헌했다.
강론을 맡은 해사본당 주임 김혁민 신부는 서울 노원본당 첫 보좌 시절 주임이던 이 신부를 만나게 된 인연을 소개한 후 “이성운 신부님은 군종신부들에게 아버지 같고, 큰 산 같고 넓은 바다 같은 분으로 제가 군종신부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며 “저희 진해 군종신부들이 서로 의지하면서 잘 지내고 군인 가족들이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밑바탕에는 군종후원회가 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송기훈 대령은 “군인 신자들만으로는 본당 재정 운영이 어렵다 보니 군종후원회 회원들의 도움은 정말 크게 느껴진다”며 “회원들의 후원금은 신자 생도와 수병들의 신앙생활을 지원하는데 쓰인다”고 말했다.
미사 후 진해와 각별한 사연들이 이야기꽃을 피웠다. 정확히 50년 전인 1964년 해병대 간부후보생으로 진해에서 훈련을 받은 임현빈(스테파노·73·사당동본당)씨는 “훈련 마지막 과정으로 완전군장을 메고 진해 로터리를 돌던 기억이 지금도 선한데 그 때 걷던 길이 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군종후원회 양정남 수녀는 “30여 년 전 해사본당에 있을 때 생도들로부터 반지를 선물 받고 ‘나는 하느님과 결혼했지만 해군과도 결혼했다’고 말했다”는 추억의 한 토막을 떠올렸다.
회원들은 자리를 옮겨 해사박물관을 견학하면서 한국 해군의 역사를 살펴보고 실물크기(전체 길이 34m)로 복원된 거북선에 승선해 부하들을 지휘하던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상상했다.
해군회관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둘째 날에는 오전 8시30분 진해해군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박재우 신부는 강론에서 “신자가 한 명도 없는 평일미사를 주례하면서 신자를 위해 사제가 파견됐다는 나의 정체성을 발견했기에 성공한 군종신부라 생각한다”며 “정말 목숨까지 걸고 고생하는 군인들을 위해 군종후원회 여러분들이 꾸준히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성당을 나온 회원들은 서하기 신부의 노력으로 잠수함 ‘이종무함’에 탑승하는 행운을 누렸다. 잠수함 내부는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매우 복잡한 구조로, 통로는 한 사람이 겨우 움직일 수 있을 만큼 비좁았다.
이어 최초의 한국형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에 마지막으로 승선했다. 1조 원이 넘는 제작비에 세계에서 5개국만이 보유하고 있다는 이지스함이다. 회원들은 3개 조로 나뉘어 함 내를 이동하며 시설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장병들과 점심 식사를 같이 했다.
회원들이 서울로 떠나기 위해 버스에 오르자 김혁민 신부가 뛰어와 “떠나 보내기 너무나 아쉬운 마음에 준비했다”며 십자고상을 선물했다. 세종대왕함 함장 양민수 대령과 장병들도 버스가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며 석별의 정을 나눴다.
군복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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