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와 가야금, 생소한 조합이다. 특히나 25현 가야금으로 연주된 가톨릭성가는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다. 추계예술대 국악과 김선림(수산나·41·서울 삼성동본당) 교수가 처음으로 성가와 25현 가야금의 만남을 성사시켰다. 그의 두 번째 음반 ‘김선림과 가야금, 성가에 물들다’(루오바팩토리/1만4900원)를 통해서다.
“파이프오르간이나 피아노 등 서양악기로 성가를 연주하는 것이 일반적이잖아요. 한 번쯤 우리나라 악기로 성가를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화려한 듯하지만 담백한 아름다움과 풍성한 선율로 제 신앙을 정성껏 표현하고 싶었어요.”
결과는 의외였다. ‘평화를 주옵소서’ ‘나의 생명 드리니’ ‘생명의 양식’ 등 가톨릭성가책에 담긴 11곡은 그의 손에서 전혀 새로운 곡으로 재탄생됐다. 서양악기를 통해 들었던 성가와는 또 다른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30년 동안 가야금을 연주해 온 한 음악가의 수줍은 신앙 고백이 만들어낸 성과였다. 국악평론가 윤중강씨는 “소박한 울림은 많은 사람의 마음으로 더욱 깊이 파고 들어갈 것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늘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그는 이번 음반에서 직접 두 곡의 성가를 부르기도 했다. 손가락으로는 가야금을 연주하고, 어떤 악기보다 큰 울림을 주는 목소리로 주님의 사랑을 전하고 싶은 바람 때문이었다.
사실 이번 음반은 김 교수가 오랫동안 준비해 왔던 작업이다. 하지만 결실을 보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해 9월 추계예술대 전임교수로 부임하면서 음반 제작을 결심했다. “음반 작업을 통해 모든 일은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체험했어요. 제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하느님께서 가장 적절한 시기에 음반을 낼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것 같아요.”
김 교수는 올해 초 작업을 시작한 순간부터 매 순간이 감동의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연주하는 내내 마음속에서 뜨거운 무엇인가가 올라왔다. 그는 그것을 주님의 사랑과 축복이라고 말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연주한 제 가야금 성가가 주님의 섭리 안에서 그분의 평화와 사랑을 널리 전하는 도구가 되길 바라요. 특별히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많은 분에게 위로가 되면 좋겠습니다.”
많은 레퍼토리를 후배 가야금 연주자들에게 전수하고 싶다는 김 씨는 일 년에 한 번씩은 꼭 앨범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0년 발매한 ‘김선림과 가야금, 영신화상과 푸른 아침을 머금다’처럼 고도의 기술과 기교를 갖춘 음반도 준비하고 있지만 내후년에는 다시 성가음반에 도전할 생각이다.
“하느님께 가야금으로 기도할 수 있는 탈렌트를 받은 것에 대해 항상 감사합니다. 많은 분의 기도로 제가 여기에 서 있듯, 다른 분들을 위해 가야금으로 기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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