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화 사업의 장애물과 그 극복
첫째, ‘열성의 부족’은 인간 내면에서 비롯되는 요소이기에 그만큼 더욱 심각한 어려움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피로나 환멸, 타협, 무관심,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쁨과 희망의 결여”로 나타난다. 둘째, ‘그리스도인들의 악표양’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다. “과거와 현재의 그리스도인들의 분열, 그리스도교 국가들의 신앙 상실, 사도직 성소의 감소, 그리스도의 모범에 따라 살지 않는 신자들과 그리스도인 공동체들의 악표양” 등은 교회의 선교 활동에 커다란 장애가 되는 것이다. 셋째, ‘종교 무차별주의’는 “그릇된 신학적 견해에 근거하고 ‘모든 종교가 다 나름대로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낳게 하는 종교적 상대주의를 그 특징으로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복음화를 방해하는 핑계들’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요한 바오로 2세가 지적한, 이렇듯 선교를 방해하는 여러 심각한 문제들을 현 교황 프란치스코는 「복음의 기쁨」을 통해 다음과 같이 거듭 설명한다. 즉, 이기적인 나태(81-83항), 무익한 비관주의(84-86항), 교회 안에 침투한 영적 세속성(93-97항), 분열과 싸움(98-101항), 기타의 문제들(평신도의 역할과 책임 부족, 여성의 소외, 청소년들의 떠남, 성소의 부족과 감소 등: 102-107항)을 우리는 오늘날 대면하고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신앙적 확신이 필요하다.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회의 선교 사명」에서 말한다. “이 확신은 신앙에서, 곧 교회 선교의 주역은 우리가 아니라 바로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이시라는 신념에서 옵니다. 우리는 협력자들일뿐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고 나서는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루카 17,10)하고 말해야 합니다.”(36항)
만민 선교의 범위
「교회의 선교 사명」 제4장은 만민 선교의 범위에 대하여 설명한다. 사실, 그리스도의 보편적 명령 덕분에 만민 선교에는 원칙적으로 그 한계가 없지만, 실질적인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범위를 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요한 바오로 2세는 말한다.(37-38항 참조)
선교 활동은 일반적으로 특정한 지역과 관련해서 규정되어 왔다. 이런 관점에서, 전통적인 ‘지리적 기준’은 다소 불명확하고 늘 잠정적이긴 하지만, 여전히 선교 활동이 나아가야 할 경계를 가리키는 유효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현대의 특수한 상황 속에서, 급속한 도시화와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들의 팽창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선택’이란 측면에서, 버림받고 소외된 지역을 항상 특별히 생각해야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새로운 풍속과 생활양식과 더불어 새로운 형태의 문화와 커뮤니케이션이 더 폭넓은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는 대도시들”에 선교 역량을 집중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미래를 위한 선교를 말할 때, 결코 젊은이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교회의 미래인 그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또 현대 세계의 새로운 현상인 많은 이민자와 난민자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가 선교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나아가, 이러한 집단 이민의 원인이 되는 빈곤 현상에 대한 교회적 관심과 배려 또한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오늘날 필요한 복음 선포의 새로운 영역으로서, 현대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내는 새로운 문화 안에 그리스도교 메시지를 통합시키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하겠다.
▲ 복음화를 위해 파견되신 그리스도를 말하지 않고서는 선교를 이해하거나 수행할 수 없다. 사진은 안동교구 신기동성당 벽화 ‘복음 선포를 위해 제자들을 파견하시는 예수님’,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부통(Andre Bouton, 1914-1980) 신부 작.
선포와 대화
「교회의 선교 사명」 제5장(41-60항)은 구체적인 선교 방법으로 ‘증언(선포)과 대화의 관계’에 대하여 설명한다. 먼저, 복음화의 첫 형태는 삶의 증언임을 분명히 밝힌다. “증언의 첫 형태는 선교사와 그리스도인 가정, 그리고 교회 공동체의 삶 자체로서, 이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보여 줍니다. 모든 인간적 한계와 약점에도 그리스도를 본받아 단순한 삶을 사는 선교사는 하느님과 초자연적 실재의 표징입니다. 실제로 교회 안의 모든 사람은 하느님이신 스승을 본받고자 노력하면서 이러한 종류의 증언을 할 수 있고 또 하여야 합니다. 많은 경우에 이러한 증언이야말로 선교사가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42항)
한편, 오늘날 요구되는 종교 간 대화는 복음화 사명의 일부라고 이해할 수 있다. “상호 인식과 상호 기여의 길이며 도구로 이해되는 대화는 만민 선교에 배치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대화는 선교와 특별한 연관이 있고 선교의 한 표현입니다. 사실 이 선교는 그리스도와 그분의 복음을 모르거나 대체로 다른 종교에 속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합니다.”(55항)
하지만 대화가 복음화를 모두 대신할 수는 없다. “교회는 구원 경륜에 비추어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일과 종교 간 대화에 참여하는 일 사이에 어떠한 대립이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둘을 교회의 만민 선교 안에 연결시킬 필요가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이 두 요소는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지만, 서로 구별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 두 가지를 혼동하거나 이기적으로 이용하거나 서로 맞바꿀 수 있는 동등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55항)
그렇다면 복음화를 위한 대화는 과연 어떤 정신과 자세로 이루어져야 하며 어떤 열매를 맺게 되는가? “대화는 계략이나 이기심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고유한 원칙과 요구와 품위를 지닌 활동입니다. 그것은 ‘어디서나 불고 싶은 데로 부시는 성령’(요한 3,8 참조)께서 인간 안에 이루어 놓으신 모든 것에 대한 깊은 존중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교회는 대화를 통하여, ‘모든 사람을 비추는 진리의 빛’인 ‘말씀의 씨앗’을 발견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씨앗들은 각 사람 안에 그리고 인류의 종교 전통들 안에서 발견됩니다. 대화는 희망과 사랑을 바탕으로 하고, 성령 안에서 열매 맺습니다. 다른 종교들은 교회에 긍정적인 도전이 됩니다. 그 종교들은 교회가 그리스도의 현존과 성령의 작용의 표지들을 발견하고 깨닫도록, 그리고 교회가 자신의 정체성을 더욱 깊이 성찰하고 모든 사람의 선익을 위하여 받은 계시의 충만함을 증언하도록 자극하는 것입니다.”(56항)
이처럼 선교를 위한 대화는 매우 광범위한 영역에서 이루어지므로 구체적으로 여러 형태와 표현을 지닐 수 있다. “여러 종교 전통의 전문가들이나 공식 대표들 간의 교류에서부터 종교적 가치의 완전한 발전과 수호를 위한 협력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은 다양합니다. 삶의 대화를 통하여 여러 종교의 신봉자들은 일상생활 안에서 각자의 인간적, 영적 가치들을 서로 증언하고, 더욱 정의롭고 우애로운 사회를 건설하고자 그러한 가치들을 따라 살도록 서로 돕습니다. 모든 신자와 그리스도인 공동체들은 비록 정도와 형태는 다를지라도 대화를 실천하도록 부름 받습니다. 이 영역에서는 평신도들의 기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57항)
선교 영성
「교회의 선교 사명」의 마지막 제8장(87-91항)은 ‘선교 영성’에 대하여 말한다. 이는 그리스도론적이고 또한 성령론적인 선교 영성이다. “선교 활동에는 특수한 영성이 필요합니다. 이 영성은 특히 하느님께서 선교사로 부르신 모든 사람에게 해당됩니다. 이 영성은 무엇보다도 성령에 대한 완전한 순종의 삶으로 표현됩니다. 이러한 순종을 통해 성령께서는 내면에서부터 우리 자신을 형성시켜주시어 우리가 더욱더 그리스도를 닮게 하십니다. 성령의 은총과 힘으로 우리 안에 살아 계신 그리스도의 모습을 반영하지 않고서는 그리스도를 증언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순종은 우리가 선교 영성의 근본 요소인 용기와 지혜의 은사를 받게 해 줍니다.”(87항)
결국, 선교 영성이란 한마디로 그리스도를 깊이 알고 그분을 닮아가는 데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선교 영성의 본질적 특성은 그리스도와 맺는 긴밀한 친교입니다. 우리는 복음화를 위하여 파견되신 분이신 그리스도를 말하지 않고서는 선교를 이해하거나 수행할 수 없습니다.”(88항) 그러므로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아버지 하느님께 온전히 순종하신 그리스도의 자기 비움(필리 2,5-8 참조)의 길을 따라 성실히 걸어감이 바로 선교 영성의 핵심인 것이다.
박준양 신부는 1992년 사제로 서품, 로마 교황청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교의신학 전공으로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의신학 교수로 봉직하고 있는 박준양 신부는 신학과사상학회 편집위원장 및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총무, FABC 신학위원회 전문신학위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