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미쳤나 봐요. 엄청 바쁜데도 틈만 나면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보내다 중요한 일을 놓쳐요.”
“재미있는 것도 아닌데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 리모콘을 이리저리 돌리고,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고…”
“허망하지요. 허무한데, 문제는 그 짓을 또 한다는 사실이지요.”
왜 그럴까? 시간 낭비하는 줄 알면서도 소위 그 짓(?)을 반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이 사회부적응자나 비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도 아닐 텐데 말이다. 오히려 성실하게 잘살고 싶은데 의지대로 안 되니 자신이 한심하고 화가 난다는 것일 게다. 그래서 낭비한 시간만큼 또 일해야 하니 더욱 피곤하다. 피곤하니 짜증이 나고 우울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 피곤함과 우울함을 달래기 위해 또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에 빠져드니 결국 돌고 돌아 더 좋지 않은 상황으로 몰고 간다.
디지털기기에 빠져 시간을 보내다보면 ‘정보’로 생각하는 것에 그만큼 익숙하다. 도대체 자신의 생각으로 넘어오지 않는다. 정보는 먹기 좋게 만들어진 인스턴트 제품과 같아 찾아내기 쉬운 만큼 잘 잊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간을 폭풍 흡입하는 마약과 같은 인터넷으로 시간을 낭비하면 당연히 허망하고 우울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불공평한 세상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시간’만큼은 매우 공정하다. 부자라고 해서 더 많이 주어지지 않고 돈으로도 살 수도 없다. 그래서 어떤 위치에 있든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거나 혹은 죽음의 순간에 서게 되면, 되돌려받을 수 없는 ‘시간’ 앞에 똑같이 절망한다.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 아닐까? 그러기에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
“하늘나라는 어떤 사람이 여행을 떠나면서 종들을 불러 재산을 맡기는 것”(마태 25,14)과 같아 주인이 돌아온 후에 종들에게 그 재산을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묻는다. 만약 그 주인께서 우리에게 시간에 대한 사용여부를 묻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재산은 물리적인 환경을 보여주지만 시간은 우리의 존재가치를 말해준다. 그래서 어떤 생각으로 시간과 관계를 맺고 사는지가 곧 나 자신과의 관계가 어떠한지를 의미한다. 우리의 가치와 태도는 생각과 생각들이 모여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하느님께서는 현대인들에게 재산보다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더 묻고 싶어 하실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할까? 디지털문제는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해소할 수밖에 없다. 이(e)세상의 유혹 앞에 당당하게 ‘책’을 펼치자. 생각해보라. 열심히 책 읽은 후 시간 낭비했다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가? 그 어떤 시대보다 독서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책은 독자로 하여금 생각의 생각을 자극하여 창조적인 사색을 하게 한다. 자신에 대한 성찰로 시간의 여유를 열어주는 책 세상으로 들어가기를 바란다.
‘시간’을 사랑하고 싶은 당신, 매일 잠들기 전 묻자.
“나는 오늘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
이 답이 곧 ‘나’가 ‘누구’인지를 말해주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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