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마련하신 계획 안에서 새로운 물꼬를 텄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를 부르신 분도, 이끌어 가시는 분도 주님이심을 새롭게 깨달은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6월 23~26일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대교구 현지에서 열린 제1회 동남아시아 한인사제모임에 참가하고 돌아온 정신철 주교(주교회의 해외선교·교포사목위원장, 사진)는 “열악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선교 현장에서 하느님을 전하고 있는 선교사들의 얼굴에서 하느님을 발견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아미칼(라틴아메리카 한국가톨릭선교사회)을 비롯해 북미주한인사목사제협의회(KAPA), 아프리카 한인선교사모임(KAM), 유럽 한인 사목자회 등에 이어 해외에서 복음을 전하고 있는 선교사들의 대륙별 모임으로는 다섯 번째로 모습을 드러낸 이번 동남아 한인사제모임(회장 이성만 신부·미얀마)에는 필리핀을 필두로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미얀마, 인도, 싱가포르 등 7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제 14명이 함께했다.
“한 한인본당에 청소년 신자라고 해봐야 10명 안팎이어서 단독으로는 주일학교 캠프도 열기 힘들고, ME나 꾸르실료 같은 프로그램은 꿈도 꿀 수 없어요.”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한인본당 공동체 규모가 100명에서 150명을 넘기 힘든데다 가장 큰 베트남 호치민 공동체마저도 400명 남짓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재정적인 어려움에서 오는 문제도 문제지만 봉사자 등 교회 일꾼이 절대 부족한 현실도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러한 열악한 사목 환경이 오히려 동남아 한인사제모임의 첫 걸음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 된 셈이다. 7, 8년 전부터 사목자들간 연대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오다 이번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소규모 공동체일수록 사목적 연대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합니다. 또한 현지 지역교회와의 연대 안에서 지역의 필요에 부합할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 지역 복음화에 일조할 때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이번 모임이 시발점이 돼 앞으로 동남아시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 선교사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정신적 안식처로 자리매김해나가도록 하는 게 정 주교의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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