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자살 사망률이 10년 연속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1위를 차지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으로 자살을 예방하는 사회적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특히 한국인 자살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노인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보다 지속적인 보건과 복지를 제공하는 사회안전망 구축에 힘을 실어야 한다.
이는 정부뿐 아니라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연대해 일관된 정책을 실현할 때 지속적으로 제공될 수 있는 환경이다.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심각한 생명경시풍조의 하나로 ‘자살’이 대두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게다가 노인 자살률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 구체적인 지원은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2012년 3월부터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을 시행하고 중앙자살예방센터도 설립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자살예방을 위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프로그램을 실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만들어졌지만, 실질적인 지원체계는 매우 빈약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왔다.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살 현황과 우리사회 문화를 올바로 파악해 연령과 계층 및 사회문화적 상황 등을 고려해 자살예방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미흡하다는 말이다.
한국교회가 펼치는 자살 예방 지원책과 교육 등도 대부분 서울대교구를 비롯해 일부 교구에서만 지속적으로 실시되는 한계를 보인다. 또 교회 안에서도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자살 예방 프로그램이 전문적이고 보편적으로 펼쳐지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인관계 스트레스로 자살 증가 … 노인들은 경제적 이유 커
한국에서 처음 실시된 ‘자살실태조사’(2014년 4월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자살 사망 유형은 대략 4가지로 제시된다.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첫 번째 원인으로는 우울감 등 정신과적 증상이 37.9%를 차지했다. 이어 대인관계 스트레스(31.2%)와 경제적 문제(10.1%)가 자살 원인으로 제시됐다.
특히 외국에 비해 높은 노인 자살률은 한국이 10년째 높은 자살률을 보이는 주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한국의 자살 행태나 연령별 분포 등은 다른 나라 통계와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러나 노인 자살률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
자살실태조사에서도 60대와 70대 자살 시도자는 10대보다 자살할 위험이 각각 3.6%와 3%나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자살률은 남녀 모두 연령이 증가할수록 높아졌으며, 60대를 넘어가거나 혼자 거주하는 노인일수록 자살 재시도로 인해 사망하는 위험도도 급격히 높아졌다.
구체적으로 2012년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80.3명으로 일본·스웨덴·프랑스 등에 비해 3배 가량 높다. 지난 2011년에도 노인의 평균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81.9명이었다. 이는 미국(14.5명)의 5.6배, 일본(17.9명)의 4.7배에 달하는 수치다.
게다가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은 높은 노인 빈곤율(OECD 1위)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연세대 백인립 교수는 지난달 열린 ‘한국 사회, 사회적 타살을 묻다’ 토론회에서 “60대 이상 노인들의 ‘자살충동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37.4%)과 질환(36.2%), 고독(11.7%)이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가난하고 아프고 외로운’ 노인일수록 삶의 벼랑 끝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도시에서 노인들이 자살하는 비율이 14.1%인데 비해 농촌에서의 자살률은 45.3%로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 본당 등 중심으로 노인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 시급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노인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 노인들을 위한 복지정책 개선과 노년기 정신건강 증진 및 자살 예방을 위한 교육 등에 적극 힘을 싣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 노원구의 경우 남성 독거노인들의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 남성 노인들만을 위한 다양한 공동체 여가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도 당장 도움을 필요로 하는 취약계층에 도움을 제공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따라 교회 안에서도 자살예방 활동가 양성과 함께 각 본당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에서 노인 방문 상담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마련하는데 보다 발 빠르게 나서야 한다는 요청이다.
국내 자살 예방 전문가들은 “자살률이 높은 것은 사회가 개인을 보살피는 공동체로서의 기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며 “당장 어려움에 처한 이들의 손을 잡아주기 위해 종교계 등의 지원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또한 “많은 경우 자살 예방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며 “독거노인의 경우 교차 분석에서도 자살 고위험군에 해당, 보다 적극적인 상담과 방문 돌봄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에 관해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이동익 신부는 “각 본당 생명분과 또는 각 신심·사도직 단체 회원들과 구역·반원들이 힘을 합쳐 본당 관할 내 어르신들에게 매일 안부전화를 하거나 정기 방문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더 큰 어려움에 처할 때 연계할 수 있는 끈이 된다”며 “본당 사목 인프라를 바탕으로 어르신들과 더불어 지내는 작은 활동부터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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