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과 이단에 대한 시비 관념이 강한 조선성리학을 국가이념으로 삼은 조선왕조는 천주교에 대해 강력한 배척을 가함으로써 성리학적 국가사회를 유지하려는 이른바 척사론(斥邪論)을 견지했다.
특히 천주교회가 조선후기의 유학자들로부터 사상적 박해를 당한 직접적인 요인은 천주교회의 조상제사 거부였다.
박해자들은 척사론을 국가차원의 금령인 척사윤음(斥邪綸音)으로 강화시켜 조선왕조에서 천주교 반대의 공식적 명분을 만들었다. 이는 1801년 신유박해가 끝날 무렵 관찬사료에 등장한 후, 기해박해, 병오박해, 병인박해 때까지 정치적 야심을 가진 반천주교 세력들이 천주교를 공식적으로 탄압하는 명분으로 이용됐다.
사상적, 정치적 요인이 전국적 규모의 대박해를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면, 중앙정권과는 거리가 먼 지방에서 포졸, 배교자, 지방관 등이 주동이 되어 일으킨 국지적 차원의 박해는 주로 재물에 대한 탐욕이나, 몰지각한 일부 신자의 부도덕한 패륜 행위에서 비롯되기도 했다. 당시 사회의 전반적 문란과 이를 야기한 부패구조의 재생산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다.
천주교에 대한 지방박해의 하나인 1815년 을해박해도 마찬가지 상황 하에 발생했다.
또한, 을해박해는 조정의 명령이 없는 상태에서, 박해의 주도자인 당시의 경상감사 이존수의 역할이 매우 컸다. 굳이 앞장서서 탄압을 자행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임기를 마치는 그 순간까지 천주교 신자들을 처벌했다. 척사론자로 ‘사학(邪學)’을 확실하게 금압하고 ‘정학(正學)’을 선양해야 한다는 입장을 평생 견지했던 그가 경상감사로 재직하고 있었기에, 을해박해 때 붙잡힌 천주교 신자들은 더욱 혹독한 탄압을 받게 되고, 순교의 시간도 앞당겨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여건 속에서도 당시 순교자 중 하나인 김약고배(金若古排, ?~1816)는 성실한 신앙생활과 감옥생활을 보여줬다. 그의 순교신심은 갇혀있던 감옥을 중심으로 그 인근에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827년 정해박해는 을해박해와 마찬가지로 중앙의 박해지시가 없는 상태에서 일어났다.
지방관이 척사윤음에 근거한 재량권을 발동해 일으킨 국지적 박해로, 물론 박해의 발단은 한 신자의 부도덕한 패륜행위에 있었지만, 조정과 화해의 의무를 지닌 수령과 감사 등 지방관들이 조정과 화해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오히려 원칙론에 입각, 박해의 불씨를 키웠고 조장한 측면이 강한 특징을 드러낸다.
일반적으로 천주교 신앙공동체는 조선후기 향촌사회의 엄격한 신분차별의 가부장제 질서와는 동떨어진 신분의 상하구분이 없고 구성원 모두가 평등하고 화목한 공동체로 묘사되고 있으나, 정해박해는 이러한 천주교 신자들의 평등하고 화목한 신앙공동체에서는 일어나서는 안 되고, 일어날 수도 없는 부도덕한 패륜행위가 그 발단이 돼 공동체가 와해되고 곡성 고을 뿐아니라 전라도, 경상도 지역까지 천주교 박해가 진행된 불행한 사건이었다.
이는 당대는 물론이고 오늘날의 신자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교훈을 준다. 신자들의 올바른 표양이야말로 외교인에게 하느님의 실존을 드러내는 참다운 선교행위라는 사실은 예전이나 오늘이나 늘 명심해야할 중요한 신앙생활의 원칙인 것이다.
또한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순교자 박사의 안드레아(1791~1839)와 같은 옥에 갇힌 신자들의 모범적인 수감생활은 감옥 안팎, 신자, 비신자 할 것 없이 많은 이들의 선교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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