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본문 : 창세 32,29 】
"… 네가 하느님과 겨루고 사람들과 겨루어 이겼으니, 너의 이름은 이제 더 이상 야곱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라 불릴 것이다."
‘천사’는 구원자이신 주님의 예형
…이 싸움에서 야곱은 유대 백성을 예표합니다. 그와 씨름한 천사는 우리 구원자 주님의 예형입니다. 야곱이 천사와 싸운 것은 유대 백성이 그리스도와 싸워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모든 유대인이 다 그리스도께 불충하지는 않았습니다. 꽤 많은 사람이 그분의 이름을 믿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그래서 천사가 야곱의 엉덩이뼈를 건드려 그가 절룩이게 된 것입니다. 절룩거리는 그의 다리는 그리스도를 믿지 않은 이들의 예형입니다. 다치지 않은 다리는 그리스도 주님을 받아들인 이들을 나타냅니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것은, 야곱이 싸움에서 이기고 축복을 요구했다는 사실입니다. 천사가 “나를 놓아다오”라고 하자, 야곱은 “저에게 축복해 주시지 않으면 놓아드리지 않겠습니다” 하고 대답했습니다. 야곱이 이긴 사실을 놓고 보면, 야곱은 그리스도를 박해한 유대인들을 나타냅니다. 그러나 축복을 요구한 사실을 놓고 볼 때는, 그리스도 주님을 믿게 되어 있는 사람들을 예표합니다. 그러자 천사가 그에게 뭐라고 했습니까? “네가 하느님과 겨루고 사람들과 겨루어 이겼으니”(29절)라고 했습니다. 이 일은 유대 백성이 그리스도 주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을 때 이루어졌습니다. “동이 트려고 하니 나를 놓아다오.” 이 말은 주님의 부활을 예표합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듯이, 주님께서는 동이 트기 전에 되살아나셨다고 하기 때문입니다(아를의 카이사리우스 「설교집」 88,5).
야곱이 싸운 상대는 하느님이면서 인간이신 그리스도를 예시
…그는 왜 야곱과 싸우고 씨름한 것입니까?…어떻게 해서 야곱이…싸우던 사람을 잡고 놓아 주지 않을 수 있었던 것입니까? 또한 동이 틀 무렵 자신이 붙잡고 있던 이에게 축복을 요구하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이 싸움은 장차 야곱의 후손들과 그리스도 사이에 벌어질 씨름, 복음 안에서 완성된다고 하는 그 싸움을 예표한다는 것입니다. 야곱의 민족이 이 사람(그리스도)과 싸웠고, 그들의 불의가 그리스도에게 승리를 거둔 결과, 그 싸움에서 더 우세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그때에 그들이 저지른 범죄 때문에 그들은 믿음과 구원의 걸음새에서 매우 흉하게 절룩거리기 시작해, 그들이 가는 길에서 넘어지고 미끄러지고 했습니다. 야곱의 민족은 그리스도를 단죄함으로써 더 우세함을 증명했지만, 여전히 그분의 자비를 필요로 하며 여전히 그분의 축복을 필요로 합니다. 야곱과 씨름했던 사람은 야곱에게 “너의 이름은 이제 더 이상 야곱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라 불릴 것이다”라고 합니다. ‘이스라엘’이 ‘하느님을 보는’ 사람을 뜻한다면(이스라엘은 ‘하느님과 겨룬 이’ 또는 ‘하느님께서 겨루신다’라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주님께서는 야곱과 싸운 이는 사람일 뿐 아니라 하느님이기도 하다는 것을 세련된 방식으로 알려 주신 셈입니다. 야곱이 손으로 붙잡은 것은 사람이었지만, 그가 자신의 씨름 상대인 하느님을 본 것은 분명합니다.…“네가 하느님과 겨루고 사람들과 겨루어 이겼으니…”(노바티아누스 「삼위일체론」 19,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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