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한 본당이면서도 서로 떨어져 있는 두 공동체 사이의 물리적 거리다.
마산교구는 지난 2008년 12월 29일부로 함양본당 소속의 안의공소와 거창본당 소속의 위천공소를 하나의 선교본당으로 묶어 신설했다.
한 본당이지만 두 개의 공동체로 살아가고 있는 안의·위천 선교본당(주임 정철현 신부)은 일선 본당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사목적 방법으로 신자들의 영적 안식처가 되고 있다.
본당의 제2대 주임인 정철현 신부는 “본당-공소의 개념이 아니라 공동체-공동체의 동등한 조건에서 사목이 펼쳐지는 선교본당의 형태는 신자들의 열망과 신앙적 유익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탁월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결국에는 각각의 공동체가 선교를 통해 발전을 도모하고 독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선교본당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 신부는 교포사목을 하고 귀국해 안의·위천 선교본당에 부임한 후 150㎢에 달하는 방대한 관할 면적에 한 집에서 다음 집까지 차량으로 한 시간을 달려야 하는 봉성체를 다녔다. 하루에 몇 집밖에 찾아갈 수 없었지만 성체를 영할 수 있다는 기쁨에 오매불망 기다리는 할머니들의 얼굴을 보면 피로를 잊을 수 있었다.
안의·위천 선교본당은 현재 하나의 본당으로 운영되면서 동시에 공동체별로 각각 사목회를 구성했다. 회의는 두 공동체가 함께 장소를 번갈아가며 진행하는 독특한 형태다. 하지만 본당의 재정은 통합해 운영하고 있으며 사무장도 한 명이 두 개의 사무실을 쓰고 있다. 두 공동체가 화합하지 못한다면 어려움이 발생할 수도 있는 구조였지만 안의·위천 선교본당은 이를 친교와 사랑으로 극복했다.
주일미사의 경우 안의성당 10시30분, 위천성당 17시에 봉헌되며 평일은 안의성당에서 수·금요일(오전), 위천성당에서 화·목요일(저녁)에 봉헌되고 있다.
위천 공동체 사목회 권병오(알렉시오) 회장은 “두 공동체가 대축일이나 성모의 밤, 본당의 날 때에는 함께 모여 기쁨을 나누고 있다”면서 “공소가 아닌 본당으로서의 역할을 두 공동체가 함께 나누어 맡으며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활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한 가지 본당 신자들이 아쉬워하는 부분은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수도자들이 없다는 점이다. 신자들은 선교차원에서 함께할 수 있는 수녀회가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일선 본당의 사목이 기다리는 사목, 자리를 지키는 사목이라면 선교본당의 사목은 찾아가는 사목입니다. 선교사로서의 사명감이 필요한 쉽지 않은 자리이지만 신자들과 함께 친교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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