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성, 장발, 김기창, 배운성 등 한국 근대미술 대표 작가들의 ‘성모성화’가 한 자리에 모인다.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는 22일부터 8월 22일까지 한 달 동안 ‘한국근대 성모성화’전을 서울 명동 샬트르성바오로수녀원 내 바오로 교육관에서 연다. 이번 전시는 동·서양 문화의 조화와 한국천주교회 성미술의 역사, 근대미술 작가들에 의한 토착화 노력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다.
해방 전후로 근대미술 작가들은 한국사회에 뿌리내린 왜색을 탈피하고 한국적 정체성을 되찾고자 노력했다. 그 일환으로 ‘성모성화’라는 서구 그리스도교 도상에 우리의 문화를 입혀 새로운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대표적인 작품들이 월전 장우성(요셉, 1912~2005), 우석 장발(루도비코, 1901~2001), 운보 김기창(베드로, 1914~2001), 배운성(1900~1978)의 손에서 탄생됐다.
한국교회 성미술의 효시를 이룬 장발 선생의 ‘칠락(七樂)의 묵주기도 성모’는 성모 마리아의 일곱 가지 기쁨을 되새기는 작품이다. 교회 전례와 기도생활을 위한 도구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으며, 유럽의 성모성화가 전통적 한국의 성모성화로 토착화되는 과정을 드러낸다.
93세 고령의 나이에 세례를 받은 장우성 화백은 해방 직후 바티칸 국제성미술전에 ‘한국 성모성화’를 출품했다. 당시 서울대 미대 학장이었던 장발 선생의 권유였다. 이후 다수의 성모성화를 제작한 장 화백은 ‘한국 성모자화’의 전형을 보여줬다. 장화백의 작품 중 유일하게 왕후의 모습이 아닌 하얀 한복을 입고 있는 ‘성모자’가 이번 전시에서 공개된다.
청록색 치마, 노란저고리를 입은 마리아와 선녀로 표현된 가브리엘 천사가 등장하는 ‘수태고지’는 운보 김기창 화백의 작품이다. 개신교 신자였던 김 화백은 종교적 신념에 따라 ‘예수의 생애’ 시리즈를 제작했다. 한국 전통적 풍속화에 자신만의 필선과 화면구성력, 세밀한 인물 묘사로 성화에 한국적 정서를 불어넣었다. 특히 그의 작품 속 성모 마리아는 신학적 근거에 따라 ‘겸손한 중재자의 어머니’을 표상하고 있다. 김 화백은 사랑의 선교회에 입회한 셋째 딸의 권유로 1985년 세례를 받았다.
홍대 미학과 초대학장을 역임한 배운성 화백은 개신교 신자였지만 윤을수 신부가 의뢰한 ‘한국의 성모자’와 ‘동서양의 동정녀 마리아’ ‘여인과 두 아이’ 등을 남겼다. 한국근대 성모화전에 전시되는 ‘한국의 성모자’는 다정하고 인간적인 어머니의 모습이 부각된 작품이다. 현재 원본은 없고, 윤을수 신부의 유품 중 엽서로만 남아있다. 또한 이 그림을 모자이크화로 제작한 작품을 인보성체수도회가 소장하고 있다.
이밖에도 앙드레 부통 신부의 성모자화 벽화와 한국천주교회 주최 첫 성미술전람회(1954년)에 출품된 ‘성모칠고’(남용우 작), ‘성모영보’(김정환 작),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의 ‘한국의 성모자’ 등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역사박물관 개관 10주년 및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기념하기 위한 특별전이다. 전시가 시작되는 7월 22일은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가 한국에 진출한지 딱 126년이 되는 날이다.
샬트르성바오로 역사박물관 학예실장 이명희 수녀는 “한국교회 안에 있는 훌륭하고 아름다운 보석을 알리고 싶었다”며 “더불어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문화를 통한 복음의 토착화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전시 취지를 설명했다.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는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역사박물관은 종교전문 박물관으로, 수녀회의 역사자료를 수집, 연구, 보존, 전시하는 공간이다. ※문의 02-3706-3255
문화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