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에 로마에서 공표되었고 그 이듬해인 1993년에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간된 이 문헌은 현대의 ‘사제성소자 문제’와 ‘사제직 지원자들의 양성문제’ 그리고 ‘사제들의 계속 양성’에 대한 문제를 중심으로 1990년에 소집되었던 ‘세계주교시노드’의 결과로 나온 후속 문헌이다. 시노드에서 세계주교들에 의해 다루어진 내용을 교황님께서 종합하시면서 가톨릭교회의 사제 양성에 관한 새로운 방향과 비전, 새롭게 추진해야할 노력과 변혁의 기본노선을 제시하신 것이다.
그런데 ‘사제양성’과 ‘사제직분의 이해’의 문제는 이미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졌고, 그 결과 「사제 양성에 관한 교령」(Optatam Totius)과 「사제의 생활과 교역에 관한 교령」(Presbyterorum Ordinis)이 반포되었었다. 이 교령들에서는 이 주제들에 대한 기본적이고 원칙적인 측면들이 재조명되어 정리되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 급변하는 현대 사회와 문화적 상황 때문에 이 공의회의 전망을 심화하고 구체화시켜야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 과정 안에서, ‘사제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 문제’를 뛰어넘어 ‘사제 양성의 구체적 과정’과 ‘사제생활의 질적 향상과 관련된 실천적인 문제’에로 교회의 관심이 구체화되고 확대된 것이다.
이러한 요구에 호응하여,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이 문헌을 통해 제삼천년기를 맞이하는 교회가 사제성소와 사제양성의 문제를 어떻게 새롭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하는지, 또 그 현실 안에서 교회는 이 문제들을 어떻게 마주하면서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명료하게 밝힌 것이다.
「현대의 사제 양성」이라는 제목으로 한국교회에 출간된 이 문헌의 원래 제목은 라틴어 ‘Pastores Dabo Vobis’ 즉 “내가 너희에게 내 마음에 드는 목자들을 보내리라”라는 예레미아서 3장 15절의 하느님의 말씀이다. 사제양성에 관련된 문헌에 이러한 제목을 붙인 것에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담겨있다. 예레미야서 안에서 이 하느님의 말씀은, 하느님께 등을 돌린 이스라엘 백성이 곧 멸망하게 될 것이지만 하느님께서는 당신 친히 목자들을 보내심으로 그 멸망에서부터 그 백성을 어떻게 회복시킬지에 대해 예언자를 통해 미리 알려주신 약속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말씀을 제목으로 내세우시는 교황님의 의도를 우선 주목하는 것이 이 문헌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데에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
이 문헌의 서두에서 교황님께서는 오늘날의 성소개발의 어려운 문제들을 직시하면서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들을 모아주고 돌봐주는 목자 없이 당신 백성을 내버려두는 일이 결코 없을 것이라는 약속을 하셨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환기시킨다. 그러면서 교황님은 “내가 그들을 돌보아 줄 목자들을 그들에게 세워 주리니, 그들은 더 이상 두려워하거나 당황하지 않고, 그들 가운데 잃어버리는 양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예레 23,4)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이 문헌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이 하느님의 약속의 말씀에 전적인 믿음을 두고 있는 교황께서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에 참가했던 교부들의 말을 다음과 같이 전해준다. “그리스도의 약속을 전적으로 믿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성령께서 교회 안에서 끊임없이 활동하고 계시다는 것도 알고 있기 때문에 교회 안에서 사제들이 완전히 사라지는 일은 결코 없으리라는 것을 굳게 믿는 바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을 사제직으로 부르시는 일을 그치신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비록 몇몇 지역에서는 성직자들이 너무 부족하긴 하지만 성소자들을 보내주시는 성부께서 교회에서 당신의 활동을 멈추시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1항)
▲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사도적 권고 「현대의 사제 양성」은 가톨릭교회의 사제 양성에 관한 새로운 방향과 비전, 새롭게 추진해야할 노력과 변혁의 기본노선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7일 거행된 서울대교구 사제서품식 모습.
이 관점에서 교황께서는 이미 하느님에 의해 목자로 축성되어 파견된 모든 사제들을 향해 사제직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친애하는 사제들이여… 교회 안에서 여러분이 맡은 역할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참으로 중요한 것입니다. 여러분은 사제직이라고 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매일매일 신자들에게 직접 봉사하는 분들입니다. 여러분은 성찬식을 집전하고, 고해성사를 통하여 하느님의 자비를 나누어주며, 모든 영혼들을 위로해 주고, 신자들이 오늘날 삶을 살아가는 가운데 어려운 순간을 맞이할 때마다 그들을 이끌어주는 분들인 것입니다… 여러분이 선택한 그 길을 기쁜 마음으로 마음을 다하여 계속 나아가 주길 촉구하는 바입니다. 결코 낙담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하는 일은 우리의 일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부르시고 파견하신 그분은 우리의 생애 모든 날에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진정 우리는 그리스도를 위하여 그리스도의 사절들로서 활동하는 것입니다.”(4항) 이렇게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사제, 그리스도를 닮은 착한 목자를 보내시는 하느님의 일에 협력하기 위해서 이제 우리 교회가 해야 할 일들을 교황께서는 이 문헌에서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 문헌은 총 6장으로 전개되는데, 1장은 오늘날 사제의 삶과 사제양성의 어려움들을 분석하고 있다. 2장에서는 이 현실적인 문제를 마주하여 교회가 이해하고 살아가야할 직무 사제직의 본질과 사명을 명확하게 규명한다. 3장은 사제직의 정체성의 가장 기본과 토대가 되는 사제의 영성생활에 대해서, 4장은 사제성소를 개발하기 위해 시도해야 할 여러 사목적 노력들이 제시된다. 5장에서는 신학교에서 사제직 지원자들을 양성시켜야할 구체적인 기준영역들에 대해서, 그리고 마지막 6장에서는 사제의 계속 교육에 대한 중요 지침들을 제공하고 있다.
이 내용들을 전부 다 소개할 수 없기에, 다음 주에는 사제 양성의 실천적인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5장과 6장의 내용만을 간추려 소개하고자 한다. 이 내용은 우리가 사제양성에 대해 실제적인 관심과 노력을 어디에 어떻게 쏟아야 하는지 보다 분명히 보게 도와줄 것이다.
한영수 신부는 대구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1990년 사제로 서품됐다. 파리가톨릭대학교에서 교리교육을 전공했으며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교리교육학 교수로 봉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