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 인해 물이 고여 있는 숲길을 차로 운행하는 것은 정말 긴장되는 일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쉐벳과 아강그리알 사이의 숲길을 우기에 다니다가 고생한 경험이 많이 있었습니다. 사륜구동 지프차임에도 불구하고 진흙땅에 차체가 가라앉아 옴짝달싹 못하게 되는 일이 흔했고, 숲 한복판에서는 설상가상으로 무전연락도 제대로 되지 않아, 결국은 차를 그대로 두고 밤길을 홀로 터벅터벅 걸어서 복귀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날, 걱정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아강그리알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내내 고마운 마음과 함께 표창연 신부님을 생각했습니다.
매년 우기에는 늘 마음을 졸이며 다녀야 했던 숲길을 지난 건기 동안 표 신부님이 굴삭기로 파인 곳은 메우고 무른 곳은 단단히 다져놓았습니다. 쉐벳에서 지내는 동안 성전 신축공사 준비로 바빴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어 매일 조금씩 길을 보수해왔던 것입니다. 셀 수 없이 파여 있던 숲길의 진흙을 걷어내고 대신 배수가 잘 되는 흙으로 메워놓으니, 올해에는 우기가 시작한 5월부터 지금까지 차가 진흙땅에 빠져서 고생한 경험이 없습니다.
표 신부님의 숨은 선행으로 이제는 번듯한 차로가 된 숲길은, 우리뿐만 아니라 주변 마을 사람들에게도 큰 선물이 되었습니다. 우기에도 이용할 수 있는 보급로로 인해 구호단체들이 더 많은 혜택을 마을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까요.
이처럼 굴삭기 운전뿐 아니라 용접, 자동차 정비, 태양광 설비, 제너레이터 수리 등 무엇이든지 척척 해내는 표 신부님을 보고 있으면, 정말 팔방미인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로공사 표사장님’, ‘표가이버(맥가이버)’, ‘표박사님’. 붙은 별명도 많습니다.
하지만 표 신부님의 놀라운 능력이 저절로 생기지는 않았겠지요. 모두가 선교지에서 생활하면서 ‘체득된 경험’의 결과입니다. 열악한 환경 안에서 겪게 되는 많은 문제들을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풀어나가야 하는 선교지에서는 표 신부님처럼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장 먼저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오늘도 표 신부님은 우리 모두가 고장 났다고 생각했던 용접기를 고쳤습니다. 그저 분해하고, 닦고, 조립하기를 반복했을 뿐인데 저절로 작동하더라 말하며 환하게 웃습니다.
저는 ‘분해, 청소, 조립을 반복했을 뿐인데 어떻게 용접기가 다시 작동했을까’ 보다도 ‘어떻게 고장난 기계의 분해, 청소, 조립을 웃으면서 반복할 수 있는지’가 더 궁금합니다. 참으로 놀라운 능력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참으로 선교지에 필요한 사제에게 정말 필요한 능력을 은총으로 내려주셨습니다.
▲ 표창연 신부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겪게 되는 많은 문제들을 전문가 도움 없이도 스스로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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