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황망하게 보낸 후부터 믿음은 더 간절해졌고, 하느님은 제게 없어서는 안 될 분으로 다가왔습니다. 주님 곁에 있을 아들을 생각하며 신앙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믿음이 흔들리지 않았냐는 질문에 정혜숙(체칠리아·수원교구 안산 선부동성가정본당)씨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정씨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예비신학생 박성호(임마누엘)군의 어머니다.
“아들은 배려·중용으로 모두와 어우러지는 사제가 되길 꿈꿨습니다. 싸울 줄 모르고 늘 남을 위해 살았던 참 착한 아이였어요. ‘믿음’이 있었기에 그렇게 착했다고 생각합니다. 성호를 본받는 삶을 살면서 늘 저와 통공(通功)한다고 믿고,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정혜숙씨와의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세월호 희생자들과 아픔을 나누는 자리가 대구에서 마련됐다.
성바오로딸수도회가 운영하는 ‘바오로딸 대구서원’은 10일 오후 7시30분 대구시 중구 동성로6길 39 현지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토크콘서트 미사’를 봉헌했다. 대구대교구 박병규 신부(대구가톨릭대 교수)가 주관하고 주례한 이날 미사는 세월호 희생자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신앙 안에서 어떻게 치유해나갈 것인가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침착하게 이야기를 이어간 정씨는 “예수님의 죽음으로 제자들이 변화됐던 것처럼, 저도 변해야겠다고 다짐했다”며, “사도들이 죽음도 불사하고 온 땅에 복음을 선포했듯이 저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날 사고 직후 언론에 소개된 것과 판이하게 달랐던 현장 분위기를 소개하면서, “배 안에서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 했던 것처럼, 현장 관계자들은 구조도 하지 않으면서 부모들에게 가만히 지켜보기만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정씨는 또 “유가족들이 서명운동을 통해 국민 세금으로 자신들을 지원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려 한다는 소문은 유언비어”라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저 ‘왜 아이들이 구조될 수 없었는지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정씨는 “그저 잘못한 사람들이 처벌 받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교훈으로 남기를 원한다”며, “죄 없이 희생된 아이들을 위해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온 국민이 잊지 않고, 더 이상 생명을 놓는 일이 없도록 끝까지 함께 행동으로 보여주시기를” 당부했다.
박병규 신부는 강론을 통해 “세월호 피해자분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 기억하고 잊지말아 달라는 것”이라며 “우리가 진정 평화롭게 살기를 바라고, 그것이 신앙 안에서 평화스러우려면 교회 담장을 넘어 세상에서의 아픔을 껴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가족대책위원회가 진행하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 인원은 8일 현재 320만 명을 돌파했다. 9일에는 국회에 특별법 청원을 하며 법안을 제출했다. 법안 핵심은 ‘피해자 가족과 국민들의 참여가 보장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독립적인 진상조사위원회’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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