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고생했네. 오늘은 산책했어?”
1일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박종만 신부의 병실에서 미사를 마친 윤종대 신부(수원교구 전 안양대리구장)가 박 신부를 휠체어에 태웠다. 모자, 재킷, 물통을 손수 챙겨 산책을 나간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그 모습이 동료 사제라기보다는 친구, 아니 가족 같다.
늘 건강함이 묻어났던 박 신부의 얼굴이 간암 진단을 받고 불과 반년 만에 앙상해졌다. 박 신부를 위해 윤 신부는 한 달 이상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병실을 찾아 미사를 봉헌했다. 암 판정을 받고 지극한 고통 중에도 성무일도와 미사를 철저히 지키는 친구를 그저 두고 볼 수 없었다.
윤 신부와 박 신부의 인연은 5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가 소신학교였던 성신중학교에 이른다. 39회 입학 동기인 두 사람은 늘 단짝이었다. 축구를 할 때면 박 신부가 라이트윙을 윤 신부가 레프트윙을 맡았다. 그렇게 중1 때부터 6년 동안 학년대항 우승을 거머쥘 정도로 호흡과 실력이 좋은 팀이었다.
그렇게 함께 사제의 꿈을 키워왔고 한 교구의 사제로서 길을 걸어왔다. 말 한마디, 얼굴 표정 하나로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윤 신부는 “친구에게 해줄 수 있는 있는 것이 함께 미사하는 것 밖에는 다른 것이 없다”고 말했다.
두 신부가 함께하는 조촐한 미사였지만 이날 미사를 드리는 병실은 가득했다.
두 신부의 동창인 이종욱(모세)씨와 성신중·고등학교총동문회(회장 권복주) 후배들이 박 신부를 위해 매일 미사를 봉헌한다는 윤 신부 소식을 듣고 찾아온 것이다. 함께 미사를 봉헌한 동기와 후배는 짧은 시간이나마 학창시절의 추억을 박 신부와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미사는 박 신부가 병실에서 드리는 마지막 미사가 됐다.
고 박종만 신부는 친구와 후배의 우정과 사랑을 품고 2일 오전 2시22분 하느님의 품에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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