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딘스키와 함께 바우하우스의 교수로 재직했고 뒤셀도르프의 미술학교에서도 학생들을 가르쳤으나, 나치 정권의 탄압이 심해지자 독일을 떠나 스위스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갔다.
그는 죽기 일 년 전, 무려 스물여덟 점의 <천사> 시리즈를 그렸는데, 사망하던 해에는 죽음의 문턱에 이르러서도 네 점의 <천사>를 완성시켰다. 왜 그는 거의 강박적이라 할 만큼 천사라는 주제에 매달렸던 것일까? <미완성의 천사>, <잘 잊어버리는 천사>, <아직 걸음마를 못 배운 천사>, <가엾은 천사>, <아직 여성인 천사>, <전투적인 천사> 등 비전통적이고 기묘한 이름을 가진 천사 시리즈는, 비교적 평탄하고 세속적으로도 남부럽지 않은 성공을 거둔 그의 삶이 겉보기와는 달리 내면으로부터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 ‘수호천사(Wachsamer Engel)’, 1939, 스위스, 더글라스 쿠퍼(Douglas Cooper) 소장
“그분께서 당신 천사들에게 명령하시어, 네 모든 길에서 너를 지키게 하시리라”(시편 91, 11).
“너희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업신여기지 않도록 주의하여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늘에서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얼굴을 늘 보고 있다”(마태 18, 10).
“천사들은 모두 하느님을 섬기는 영적인 존재들로서 결국은 구원의 유산을 받을 사람들을 섬기라고 파견된 일꾼들이 아닙니까?”(히브 1, 14).
▲ ‘전투적인 천사(Angelus Militans)’, 1940, 베른 미술관, 파울 클레 재단
‘예술이란 눈에 보이는 것의 재현이 아니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라는 신념을 피력했던 클레가 <수호천사>라는 작품을 통해 나타내려 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미 여러 해 동안 지병에 시달려온 클레는 지상에서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감하고, 삶에의 희망과 죽음의 절망 사이에서 느끼는 불안정한 자신의 마음을 그림으로 표출하였다. 세계 2차 대전 발발 직전의 암울한 사회 분위기와 신체적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클레에게 있어서, 검정 바탕 위에 흰색의 선으로 그려진 수호천사는 어둠과 죽음이 지배하는 세상에 마치 한 줄기 빛처럼 그를 영원에의 삶으로 인도하는 ‘희망과 구원’의 상징적 존재였던 것이다.
조수정씨는 프랑스 파리1대학에서 미술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