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정직하게 살고자 노력하는 학생입니다. 착하게 살지 않아도 잘 사는 사람들을 보면, 굳이 바르게 살려고 노력해야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착하게 살아야할 이유가 있을까요? 제 친구는 분명 옳지 않은데 친구가 많고 공부도 잘합니다. 저도 물론 공부를 잘하는 편이지만 친구가 많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저는 정직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친구를 보면서 굳이 바르게 살려고 고민해야 되는지 의문이 듭니다. (고1, 루치아)
A. 도덕성이 높은 아이가 삶의 만족도도 높고, 좌절했을때 극복하는 힘도 컸습니다. 지금처럼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정직하게 살고자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루치아를 만난 적은 없지만, 참 멋진 여학생일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수님께서 루치아를 보시고 아주 흐뭇해하실 것 같아요. 특히 정직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 어떤 의문에 대해 진지하게 사고하는 것을 예수님께서 기뻐하실 거예요. 우리는 ‘생각’하지 않고, 정직하게 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삶을 가볍게 살 수 있고, 타인에게 해를 입힐 수 있답니다.
한나 아렌트라는 철학자이자 사상가인 여성이 있었습니다. 유대인이었던 그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죽을 뻔 하다 살아났습니다. 종전 15년 후, 수많은 유대인을 죽인 학살 계획의 실무 책임자였던 칼 아돌프 아이히만이 도망 다니다 붙잡혔는데 그의 얼굴을 보고 한나 아렌트는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아주 사악하고 악마적인 인물일 거라는 그녀의 생각과는 달리 아이히만은 매우 친절하고 선량한 사람이었고 가족을 사랑하는 착하고 성실한, 평범한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어떻게 그런 사람이 엄청난 학살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다 그녀가 내릴 결론은 ‘악의 평범성’이였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고 평범하게 행하는 일이 악이 될 수 있다’는 이 말은 많은 논쟁의 여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나 아렌트가 주장하고 싶었던 것은 우리가 기계적으로 행하는 일이, 비판적으로 사고하지 않고 고민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악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재판장에서 아이히만은 무죄를 주장하며 말했다고 합니다. “나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에 따르면 아이히만의 가장 큰 잘못은 생각하지 않은 것입니다. 시키는 대로 한 죄이지요. 아이히만은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깊이 고민했어야 했습니다.
지금 루치아의 정직함에 대한 고민과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모습들은 참으로 정의로운 것이라고 칭찬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조금만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옳은 일을 했을 때의 뿌듯함과, 나를 기특하게 바라보고 계시는 예수님의 시선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우리가 정직하게 행동하지 못했을 때는 마음이 많이 불편하지요. 이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인간의 마음 안에 넣어 놓으신 양심 시스템입니다. 우리는 이 마음의 기계가 고장 나지 않도록 깊은 사고활동을 통해서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답니다.
하나 더 루치아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은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 내적인 것들과 많은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EBS 교육방송과 서울대학교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도덕성이 높은 아이들은 내적힘이 튼튼했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높았고, 삶의 만족도 또한 높았으며, 낙관적이고, 좌절을 극복하는 힘이 있었습니다. 도덕성이 낮은 아이들이 좌절이나 실패 할 때 극복하지 못하는 것과 큰 차이를 보였답니다. 루치아가 앞으로도 계속 정직하게 사는 것에, 하루하루 성실히 공부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데에 더욱 마음 쓰기를 응원합니다.
청소년의 아버지 돈보스코 성인께서도 청소년들이 ‘착한 신자, 정직한 시민’으로 자라는 것을 교육의 첫째 목표로 삼으셨습니다. 이것은 청소년의 행복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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