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선 신부(인천교구 원로사목자·81·사진)가 최근 인천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 사제 양성을 위해 써 달라며 장학금 5억 원을 기탁했다.
인천교구 첫 한국인 사제인 강의선 신부는 2012년 10월 답동주교좌성당에서 사제 수품 50주년 금경축 미사를 봉헌하는 자리에서 ‘의선장학회’를 설립해 후학을 양성하겠다고 공언했고 1년 8개월 만에 그 약속을 지켰다. 장학회 설립을 약속하면서 목표했던 금액이 5억 원이었고 지난달 목표 금액을 정확히 채웠다.
17일 인천 부개동 은퇴 사제관에서 만난 강 신부는 “홀가분하고 후련하다”고 말했다. 2003년 1월 사목 일선에서 은퇴한 후에도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웬만한 거리는 걸어다니는 등 최소한의 생활비만 쓰고 매월 100만 원씩 장학금으로 적립한 끝에 오랜 짐을 덜었기 때문이다.
강 신부가 5억 원을 장학금으로 기부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신부가 어떻게 그런 큰 돈을 모았느냐?’고 의아해하는 이들이 있었다. 이에 대해 강 신부는 “‘호랑이 신부’, ‘깍쟁이 신부’라고 불리며 사제 생활 51년 동안 헛되이 쓰는 돈 없이 꾸준히 모았다”고 답했다.
1956년 대신학교에 입학한 강 신부는 누구나 가난하던 시절 교황청의 주선으로 어린 6남매를 키우던 미국인 짐 레바나반 부부의 후원을 받으며 신학교를 다녔고 ‘나도 이 은혜를 꼭 갚겠다’고 다짐했다. 1962년 12월 사제품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당시 인천교구장이던 나길모 주교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 참석하는 관계로 해를 넘겨 이듬해 2월 인천교구 제1호 한국인 사제가 된 강 신부가 받은 월 생활비는 3100원이었다. 자장면 한 그릇이 60~70원 하던 시절이었다.
강 신부는 박문여고에 주 2회 출강하면서 돈을 아끼려 점심을 굶었고 버스비까지 절약하고자 먼 거리를 걸어다니기 일쑤였다.
1968년 답동본당 주임으로 부임한 후 신용협동조합을 설립해 통장을 개설하면서 신자들이 “신부님, 식사비로 쓰세요”, “교통비로 쓰세요”라며 건네준 돈과 영명축일에 받은 물적예물을 통장에 넣기 시작했다. 강 신부는 본당 사목자로 있는 동안 영명축일 행사를 한사코 사양했지만 신자들이 전달한 물적예물은 장학금으로 적립했던 것이다.
강 신부는 자신이 인천가대 신학대에 기탁한 장학금이 미얀마나 중국 같은 가난한 나라 출신으로 한국에 유학 온 신학생들에게 쓰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소수일지라도 ‘의선장학회’의 정신을 이어갈 신학생들에게 장학금이 지원된다면 한국교회가 더욱 힘차게 자라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드러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