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주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삶 자체를 배움으로 채워놓으셨습니다. 배우는 것을 멈추면 죽은 채 몸만 걸어다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서로에게서 끊임없이 배울 수 있길 바랍니다.”
호주 초빙 강연 길에 한국을 찾은 세계적 생태신학자 매튜 폭스 신부(Matthew Fox·75·미국 성공회 캘리포니아교구·사진)는 한국 그리스도인들과의 첫 만남을 배움을 청하는 말로 열었다.
서울(20일)과 대구(21일)에서 마련된 두 차례 강연을 위해 처음 방한한 폭스 신부는 샤머니즘적 전통이 뿌리 깊이 배어있는 한국의 종교 현실에서 오히려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고 밝혔다.
“우리 인간에게 미래가 있는지 없는지는 기술을 얼마나 발전시켜 나가느냐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 심리·영성적인 면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느냐에 달려있습니다.”
태초 창조주 하느님이 인간에게 심어주신 창조성을 강조하며 창조 영성의 네 가지 여정으로 ‘긍정의 길’, ‘부정의 길’, ‘창조의 길’, ‘변모의 길’ 개념 등을 제시해오고 있는 폭스 신부는 한국인들과의 첫 만남에서도 창조성을 바탕으로 한 영적 용기를 역설했다.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생태적 재앙을 바라보는 그의 눈길에서는 낙관주의가 묻어났다. 그것은 하느님이 지으신 인간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된 것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우리를 창조적이 되도록 부르시는 분, 우리의 창조력이 유지되도록 하시는 분 모두 태초에 물 위를 감도시던 같은 성령이십니다. 신과 인간이 만나는 지점에서는 늘 성령께서 활동하고 계십니다.”
세계적인 생태영성가인 토마스 베리(Thomas Berry, 1914~2009) 신부의 말을 자주 인용한 폭스 신부는 “역사상 암흑기를 돌아보면 그때가 가장 창의적인 시기였음을 알 수 있다”며 유럽의 중세시대와 3세기 중국의 역사를 예로 들기도 했다.
폭스 신부는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심어주신 창조성을 가져와야 할 분야 가운데 하나로 종교를 꼽았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 세계 인류에게 전하고 있는 기쁨도 창조성에 기인한 것이라고 말한다.
‘가장 큰 죄는 무기력감’이라는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의 말을 인용한 폭스 신부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치유책을, 아름다움을 강렬하게 체험하는 데서 찾았다.
“사랑에 빠질 수 있는 대상은 주위에 널려있습니다. 사랑을 느끼고 살아갈 때 창조적 에너지가 발현됩니다.”
그가 보기에 인류가 지닌 창조성 발현을 방해하고 억압하는 요인은 가부장제다.
“가부장제 아래서는 복종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창조성은 옆으로 밀쳐놓게 됩니다. 인류가 창조성을 제대로 발휘해 주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어머니의 모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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