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철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부산에는 도심 속 시골처럼 녹지로 둘러싸여 아늑한 공동체를 꾸리고 있는 성지본당(주임 윤정환 신부)이 있다.
본당은 올해 초 ‘베드로 책방’을 열면서 공동체의 신자들에게 신심서적 읽기 운동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가족 사랑, 이웃 사랑, 하느님 사랑’을 목표로 한 2014년 본당 사목 방안에는 ‘매달 책 한 권 읽기’라는 구체적 실천사항과 함께 신자들이 읽은 책을 기증해 베드로 책방을 활용하자고 권고하고 있다.
베드로 책방은 별관 건물 내 성소분과에서 주로 사용하는 ‘성소 못자리’라고 불리던 곳을 꾸며서 만들었다. 작년 선종한 부산교구 안달원 신부의 책 2000여 권을 기증받아 책방을 시작하게 됐다.
윤정환 신부는 “안 신부님께서는 노년에 읽으셨던 책이 필요한 곳에 잘 쓰이기를 바라셨고, 대부분이 신간 서적들로 구성돼 활용가치가 높았다”면서 “그 유지를 받들어 신부님의 세례명인 베드로의 이름을 달고 본당에 책방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윤 신부는 “신심서적 읽기를 독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신자 재교육의 측면”이라며 “강연과 교육 프로그램 참여 등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독서는 시공간의 제약이 없고 각자의 수준에 맞는 좋은 책을 찾아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처음 책이 들어 온 후 주임 윤정환 신부와 부주임 이상윤 신부, 수녀들까지 두 팔을 걷어붙이고 분류작업에 돌입했다. 지금은 책의 대여와 관리를 맡고 있는 성가정회에서 전산입력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성지본당의 베드로 책방은 단순히 책들을 모아놓은 도서관의 형태는 아니다. 윤정환 신부가 매달 20~30여 권의 책을 수준과 연령대 등을 고려해 추천도서로 선정하고 둘째 주 교중미사 후에는 성당 입구에서 선정도서 소개와 책 대여를 진행하고 있다.
베드로 책방에서 지난 1월부터 7월 중순까지 가장 많은 책을 읽은 장영주(토마스아퀴나스)씨는 78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37권의 독서량을 기록했다. 장씨는 “신심서적을 읽는 것이 이렇게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얻는데 도움이 될 줄 몰랐다”면서 “베드로 책방이 있어서 노년의 삶이 더욱 윤택해진 것 같아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본당은 오는 성모 승천 대축일에 독후감 우수상과 다독상을 시상하고, 예수 성탄 대축일에는 발표회도 마련할 계획이다. 또 베드로 책방을 북카페로 발전시켜 지역민에게도 개방해 활용가치를 높이는 방법도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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