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고 경박해보였다, 어른들의 눈에 비치는 젊은이들은. 끈기 없는 철부지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쾌활할 뿐만 아니라 신중하고 진지하다. 속도와 편리, 재미를 따르고 상대적인 가치와 개인을 중시하지만 지속적인 관계, 영속적 가치와 의미를 목말라한다.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과 사회에 익숙하고, 내 안을 들여다보기보다는 역동적인 바깥 세상에 관심을 둔다. 하지만 네트워크로 연결된 가벼운 관계가 낯이 익으면서도, 온라인으로 채워지지 않는 오프라인의 공동체를 그리워한다.
결정적으로 그들은 빛이신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는 순진한 심장과 기꺼이 따라 나설 튼튼한 두 다리를 갖고 있다. 그것을 우리는 전세계 젊은이들의 축제인 청년대회에 모여드는 수많은 청년들에게서 확인한다. 그들은 여전히 신앙을 열정으로 간직하고 있다.
특별히 아시아의 젊은이들은 아시아 대륙 민족들의 고유한, 고귀한 전통과 시대의 고통을 함께 겪고 있다. 다양하고 풍요한 전통을 품고서도 고통스러운 현실을 겪어내야 하는 아시아의 청년들은 태생적인 가난 속에서 세계화로 상징되는 급격한 사회 변화에 종종 신음한다.
‘복음화’의 면에서, 아시아는 아직도 복음을 듣지 못한 민족들이 가장 많은 땅이다. 그리스도교는 여전히 아시아에서 소수종교이며, 극심한 차별과 탄압이 존재하는 곳이 아시아이다.
그래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권고 「아시아 교회」에서 “아시아의 성인과 순교자들의 모범은 ‘영적인 풍요로움과 복음화를 위한 탁월한 수단’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교회의 스승들이고 수호자들이며 영광’인 순교자들은 그 영광의 빛을 아시아 민족들, 특별히 아시아의 젊은이들에 비춘다. 그리하여 가슴 속에 간직한 신앙의 열정을 깨워, 그 빛을 따라 일어서 걷게 한다.
아시아 교회의 일원인 우리들 신앙의 근원은 예수님의 십자가이며, 마침내 그분의 십자가로 이끌어주는 아시아의 순교자들이다. 세속화되어 새로운 형태의 박해가 그리스도인들을 억압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순교자의 영광이 우리를 비추는 것을 느낀다.
우리를 두드려 깨우는 순교자의 뜨거운 심장 소리는 ‘나’를 ‘우리’로 묶어 공동체로 일으켜 세움으로써, 순교 선조들과 함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향해 뛰어나서게 한다. 그리고 축제의 장에서 하나가 되는 아시아의 젊은이들은 이제 세상으로 나서 삶 안에서 복음화의 소명을 실천한다.
순교자들의 피로 세워진 한국 교회에서, 13~17일 아시아의 젊은이들이 청년대회의 축제를 거행한다. 14일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까지 머물며 순교자들을 시복하고, 젊은이들과 성찬례를 거행하며 속 깊은 대화를 나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여름 리우 세계청년대회에서 말했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부디 신앙을 선포하는 이 아름다운 길을 멈추지 말고 늘 공동체와 함께 신앙을 나누십시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