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이곳의 일상에서 오늘처럼 특별한 날에 휴식을 취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이 날은 시끌벅적한 곳에서 몸이 뻑적지근 피곤해지도록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에 큰 의미가 있지요. 그래서 오늘, 국기게양대가 있는 광장 그리고 늘 사람이 모이곤 하는 시장터에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모두들 환호를 지르며 북을 치고 노래하고 춤을 추고, 독립기념일의 기쁨을 만끽합니다.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갈수록 흥분은 더해가고 분위기는 무르익어, 해가 지고 달이 뜰 무렵 그 희열은 마침내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아부나, 오늘은 아름다운 밤입니다. 디스코타임을 주십시오.” 낮동안의 광란의 집회로 이미 목이 쉬어버린 청년회장이 찾아와 야간 집회를 위한 음향시설을 설치해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부활성야, 성탄성야 전례에서나 들어볼 듯한 표현 ‘아름다운 밤’, 바로 오늘이 그들에게는 그토록 특별한 밤입니다.
떠오른 달과 함께 청춘의 감성이 뜨겁게 달아오른 이날 밤, 이윽고 온 마을 젊은이들이 모여 있는 광장에 스피커가 설치되고, 아프리카풍 ‘띵띠리리리’ 댄스음악이 흘러나오자 소녀들이 소리를 지릅니다. “까악~!!” 그리고 이 시간을 위해 준비된 의상을 차려입은 소년들은 비장한 표정으로 자리를 잡고 경쟁하듯 땅바닥을 비벼댑니다.
디스코타임은 새벽 한시가 조금 넘은 시간까지 이어졌습니다.
춤과 노래로 시작한 오늘 하루는 결국 춤과 노래로 마감했습니다. 우기임에도 불구하고 땅바닥에서 먼지가 피어오르도록 열정을 불사르는 우리 마을 청년들에게서 오늘만큼은 무기력한 삶의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남수단의 독립이 가져온 현실은 사실, 이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만큼 아름답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독립 후 3년이 지난 지금, 남수단 사람들은 기쁨과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제야 그들이 처한 현실을 조금씩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오랜 내전 끝에 아랍권인 북수단으로부터 자치권을 획득하고 자유를 얻었다고 기뻐했지만, 이젠 세계에서 가장 어린 신생조국 남수단을 주도적으로 발전시켜야할 책임을 스스로 짊어지게 되었습니다.
불안한 치안과 미흡한 제도는 물론이고, 학교, 병원, 그리고 기본적인 도로와 수도시설 전기시설 무엇하나 갖추어진 것 없는 현실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야 할 숙제를 안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책임감을 가지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모르는 많은 이들은, 안타깝게도 외국의 원조와 정부로부터의 혜택만을 기다리며 살고 있습니다. 게다가 국가발전의 계획을 함께 모색해 나가야 할 이 시기에, 정치인들의 권력욕과 부족 간의 분열이 몰고 온 또 다른 내전은 독립된 내 나라에서 행복한 삶을 꿈꾸었던 많은 이들을 좌절시키고 전쟁난민으로 만들어 외국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아강그리알과 쉐벳본당에서는 요즘, 매일 미사 후에 ‘남수단 국민의 일치와 화해’를 위한 기도를 함께 바치고 있습니다. 모든 분쟁을 멈추고 아픈 상처를 딛고 모두가 하나가 되는 그 날, 남수단의 모든 국민들이 일치단결하여 진정한 독립국가를 이루는 그 날, 저도 남수단 젊은이들과 함께 “참, 아름다운 밤이에요”를 외치며 디스코타임에 함께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 마을 젊은이들이 북 치고 노래하고 춤추며 독립기념일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 남수단과 잠비아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 수원교구 해외선교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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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교사제들과 함께할 다음과 같은 봉사자를 찾습니다.
- 사회복지, 의료분야, 영어교육, 태권도교육 등
※ 문의 031-548-0581(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