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시복식을 통해 우리는 124위의 신앙선조를 공적으로 존경하고 그들의 삶을 따르게 된다. 7월 30일 이번 시복대상자인 하느님의 종 정약종(아우구스티노)이 살던 마을, 마재성지에서 정약종의 후손 정호영(클레멘스·56·수원교구 호계본당)씨를 만났다.
“영광스럽죠. 마재가 제 고향이라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정씨는 정약종의 동생인 정약용의 직계 7대손이다. 정약종의 순교이후 벼슬길이 막혀 생계가 어려웠던 후손들은 마재를 떠나 뿔뿔이 흩어졌다. 정씨의 선조 역시 마재를 떠났지만, 정씨는 마재를 고향으로 여긴다. 혈연으로 이어졌을 뿐 아니라 신앙의 선조인 정약종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선조에 정약종 할아버지가 계신지도 몰랐습니다. 후에 그분의 저서인 「주교요지」에서 굉장한 놀라움을 느끼고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정약종이 순교한 1801년 이후 160년간 나주 정씨 족보에는 정약종의 이름이 삭제됐다. 정씨 집안에게 정약종은 지우고 싶은 존재였던 것이다. 집안의 남자들도 신앙생활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남긴 신앙만은 이어 내려오고 있었다.
“너무 자연스럽게 교회의 품안에서 살아왔습니다. 선조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정씨는 6대 독자였지만 어려서부터 제사를 하지 않았다. 어릴 적 “제사를 왜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의 조부는 “간소하게 하라 했다”고 흘리듯 말할 따름이었다. 겉으로 내세우지는 못했지만, 제사를 하지 않는 전통을 지키고 부인들은 세례를 받게 해 신앙을 이어왔던 것이다. 덕분에 정씨는 유아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할 수 있었다. 또 젊은 시절 「주교요지」로 만난 정약종을 통해 신앙의 깊이는 더욱 깊어져, 바쁜 일상 속에서도 본당 청소년위원장, 성가대단원 등으로 활동하고 지금도 레지오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집안과 신앙의 선조인 정약종의 믿음을 본받으며 살아온 정씨는 시복식을 통해 교회뿐 아니라 온 사회가 정약종의 모범을 배우길 바란다.
“이번 시복식에 특히 교황님 오시는데 이 행사가 단순하게 한국교회만의 행사가 아니라. 한국 전체가 다시 한 번 내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하는 「주교요지」가 설명하는 이 근본적인 질문들을 생각하는 기회 됐으면 합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