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를 걸어오고 계신 예수님께 무엇을 청하시겠습니까? 오늘 베드로는, “주님, 주님이시거든 저더러 물 위를 걸어오라고 명령하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어떤 명령을 예수님께 듣기를 원하십니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젊은이라면, 명확한 지침을 듣고 싶어 할 것입니다.
이를테면, ‘누구랑 결혼해라’, ‘직장은 이곳으로 가라’, ‘너는 사제가 되어라’ 등등. 오랜 시간 똑같은 일상을 살아오신 어르신들도 예수님께 한 말씀을 듣고 싶어 합니다. 이 지겨운 일상을 넘어서고 싶지만, 가족이 있어서 어쩔 수 없는 이 마음에 어떤 명령을 받으면 속 끓이지 않고 가볍게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한 말씀 듣기를 원합니다. 그런데 그 말씀이 내 생각과 다르면 안 됩니다. 내가 원하는 그 말씀을 해주셔야만 합니다. 이거 어쩌라는 말씀이신지! 하느님 입장에서 보면, ‘나보고 어쩌라는 말이지?’ 싶습니다. 한마디 해달라고 해놓고서는 뭔가를 이야기하면, 그거 말고 다른 것을 달라고 떼쓰는 모습에 하느님께서 어찌할 바를 모르십니다.
우리도 이런 우리 자신의 모습에 멋쩍은 표정을 짓습니다. 그런데도 계속 우리는 청합니다. 내가 원하는 바로 그것을 하느님께서 당신 마음이라고 해주시길 바랍니다.
우리에게는 처음부터 하느님 입장은 없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겠다고 말은 하지만 마음은 그래도 내 것을 챙깁니다. 그러니 하느님의 명령을 들을 수가 없습니다. 아직 준비가 안 되어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 명령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베드로처럼 예수님께 명령하십시오 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을 잘 보세요. 예수님을 따라 하면 됩니다. 예수님께서 기도하시고, 하느님께 청하셨던 것은 예수님, 당신의 뜻이 아니라 온전한 하느님의 뜻이었습니다. 제자들을 뽑으실 때도 기도하셨습니다. 그리고 열두 명의 제자들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들의 모습을 보세요.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었다면 어떤 열두 명을 선발했겠습니까? 저는 아닙니다. 당대에 똑똑하고 명망 있는 사람들로 화려하게 채웠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뜻대로 어부, 세리, 열형당원, 보통 사람, 아니 배척된 사람들을 부르셨습니다.
겟세마니에서 예수님께서 어떻게 기도하셨습니까? 당신의 청을 드렸습니다. 잔을 거두어주시길 청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하느님의 뜻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당신 자신을 온전히 아버지께 내어드렸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뜻이 없었습니다. 온 생애가 아버지 하느님의 뜻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따라 살고 있습니까?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명령을 성실히 수행하듯 그렇게 우리는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살고 있습니까? 내 뜻을 관철시키며 살고 있습니까? 부끄럽습니다. 수도 사제로 살면서도 매 순간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기억하고 실천하기보다 내 의지와 자유가 더 중요합니다. 하느님께 봉헌했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만 하고 삽니다. 나머지는 내 뜻대로 살고 있습니다.
베드로의 용기 있는 청원이 힘을 줍니다. 베드로의 청에는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예수님 당신께 맡기겠다는 강한 의지가 드러납니다. 물 위를 걷는 것이 우리 힘으로 가능한 일입니까? 아닙니다. 이것은 완전히 예수님의 힘으로만 가능한 일입니다. 베드로는 ‘예수님께 전적으로 의지하겠으니, 당신이 나를 책임져 주세요’ 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내 감정, 의지, 힘을 모두 내놓고 당신만을 바라보겠다는 것입니다. 예수님 명령하십시오, 제가 따르겠습니다.
김동일 신부는 2003년 예수회 입회, 서강대 신학대학원에서 철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필리핀 마닐라 LST(Loyola School of Theology)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2013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현재 예수회 수련원 부수련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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