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 천사님들이 또 오셨구먼….”
그 어느 해보다 혹독했던 지난 겨울, 겨울나기가 막막하기만 하던 이엘리사벳(72) 할머니는 천사들의 방문을 받고 무사히 겨울을 날 수 있었다.
하늘만 바라보고 있던 엘리사벳 할머니 집을 방문한 천사들은 몇 년째 할머니 속을 태우던 곳을 용하게 짚어냈다. 컨테이너 박스로 지어진 집 벽은 영하의 바깥 공기가 그대로 전해져왔다.
“허허, 이런 데서 어떻게….” 원주식(가브리엘·49·의정부교구 연천본당)씨가 이끌고 온 천사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외벽에 방풍벽을 잇대고 컨테이너 벽에는 두꺼운 패널을 덧붙였다. 당장 한결 훈훈해진 걸 느낄 수 있었다.
“필요하면 언제든 저흴 부르세요!”
연천본당(주임 김부섭 신부) ‘라파엘 천사단’(단장 원주식)과 엘리사벳 할머니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겨울이 가고 날이 풀리자 할머니가 몇 년째 엄두를 못내 방치해두다시피 한 고추밭에 또 천사들이 찾아왔다. 한참이나 풀을 뽑고 여기저기 널린 쓰레기를 들어내자 밭고랑이 드러났다. 5월 들어 모종 심는 일까지 팔을 걷고 나선 천사단 단원들의 웃음 앞에서 엘리사벳 할머니는 감사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지붕 보수부터 외벽 개량, 담장 도색, 단열공사, 계단 교체, 도배, 장판 교체 등 웬만한 집수리는 물론이고 제초작업, 모종심기, 가을걷이 등 농사일에, 청소, 환경 미화 등 못 하는 일이 없을 것 같은 ‘라파엘 천사단’의 활동은 도움을 청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던 이들에게 그야말로 치유의 손길이 되고 있다.
거의 한주도 빠지지 않고 이어지는 ‘라파엘 천사단’의 활동에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70대 어르신까지 사랑을 나누려는 마음을 지닌 이들이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가며 동참하고 있다.
“저희는 주님께서 주신 재능을 나눌 뿐이죠. 먼저 그 길을 열어주신 형님들이 계세요.”
원 단장이 말하는 형님들은 바로 연천본당의 모 본당인 전곡본당(주임 김규봉 신부) ‘라파엘 천사단’이다.
지난 2013년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전곡본당 ‘라파엘 천사단(단장 김관현)’은 단원만도 110명이 넘는다. 남북 분단의 아픔을 안고 있는 접경지역에 자리하고 있는데다 농사를 짓는 토박이 노인들이 대부분이어서 건강이 허락하는 이들 거의가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두 본당이 ‘라파엘 천사단’으로 함께할 수 있었던 데는 전곡본당 주임 김규봉 신부의 힘이 컸다. 몸을 사리지 않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에 자연스레 신자들의 마음도 따랐다. 매 봉사활동 때마다 빠지지 않고 동참해 함께 땀을 흘리는 두 본당 신부들의 모습에 갈수록 신자들의 호응도 높아지고 있다. 두 본당 신자들의 사랑 나눔은 지역사회로까지 이어지며 비신자들을 교회로 이끄는 힘이 되고 있다.
“우리 형님들이 최고죠.” “아니, 우리 아우님들이 얼마나 잘하는지 몰라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지역사회에서 사랑의 텃밭을 일구는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는 전곡·연천본당 ‘라파엘 천사단’ 단원들의 웃음에 싱그러움이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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