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히 쉬면서 하느님을 느낄 수 있는 그런 휴가도 있을까. 수원교구 청소년국(국장 이건복 신부)이 하느님 안에서 쉼을 청하는 이들이 영적인 힘을 충전할 수 있도록 올해 처음으로 ‘쉼과 영성’ 피정을 마련해 눈길을 끈다.
해마다 여름이 되면 여름휴가를 준비하는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즐거운 휴가철이지만, 막상 휴가를 떠나는 이들에게는 휴가는 더 이상 쉬고(休), 여유 있게 지내는(暇) 시간이 아니다. 어디로 갈지, 챙겨야 할 것은 무엇인지 준비해야 할 것이 산더미다. 휴가에 가서도 마찬가지다. 매 끼니를 준비하랴 가족들 챙기랴 이동하랴 사소한 문제들을 해결하기까지 쉴 틈이 없다. 휴가기간에 주일이라도 걸쳐있다면 미사를 챙기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기 위한 휴가로 준비했음에도 정작 가족과 깊게 이야기 나눌 기회가 많지 않다. 결국 많은 이들이 휴가 이외에 따로 휴식 시간을 만들곤 한다.
7월 29일~8월 3일 경기 화성 갓등이피정의집에서 열린 쉼과 영성 피정은 그리스도인이 보내는 휴가의 참 의미를 살리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휴가 대신 영적인 휴식을 원한다”는 신자들의 요구에 따라 마련된 이번 피정은 불교의 템플스테이에서 착안해 교회 안에서 머물며 쉴 수 있도록 했다. 청소년·청년층을 겨냥해 만든 프로그램이지만, 휴가를 보내는 가족들도 함께할 수 있도록 열어뒀다.
쉼과 영성 피정은 기존의 피정과는 달리 비교적 자유로운 프로그램이다. 교회 내에 다양한 피정 프로그램이 있지만 대부분이 강의식 피정이고, 빽빽한 일정으로 구성돼 개인적인 기도·묵상이나 쉼에는 어려움이 많다. 수도원의 생활을 체험하는 피정 프로그램도 성소자나 청년에 대상이 국한되거나 참가인원이 적은 아쉬움이 있다.
반면 쉼과 영성 피정은 아침과 저녁에 마련된 미사와 기도 프로그램 이외에는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쉼’을 마련하고 있다. 쉼 시간에는 자연 묵상, 추론적 묵상, 성화 감상, 욕구 프로파일, 찬양과 기도, 성경통독, 영적독서, 성지순례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 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자유롭게 선택해 참가할 수 있다. 또 이 시간에는 인근 문화시설이나 수영장, 관광지 등을 다녀올 수 있게 해 휴가를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참가자들은 “매일 미사와 기도, 성체조배 속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영적인 힘을 얻었다”는 반응이다. 교회 내 다른 프로그램을 겪어보지 못한 이들도 휴식과 함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유익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가족들과 함께한 휴가로도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두 자녀와 함께 피정에 참가한 최윤정(요안나·44·의정부교구 지축동요한본당)씨는 “주부의 일과에서 벗어나 마음이 쉴 때 가볍고 기쁘다는 것을 체험했다”면서 “아이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들이 마음에 하느님을 두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가족과 하나 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번 피정을 마련한 교구 청소년국장 이건복 신부는 “젊은이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피서지를 찾아 떠나지만 휴가라기보다는 고생을 하는 일이 많다”면서 “쉼과 영성 피정은 누가 생각해도 ‘쉬는 것’을 염두에 둔 프로그램으로 신앙 재충전이 필요한 이들의 영적 쉼의 장”이라고 밝혔다.
교구 청소년국은 이번 피정의 평가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개선해 내년 여름에도 쉼과 영성 피정을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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