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 앞에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를 주례한다. 교황이 지역교회 현지에서 직접 시복식을 주례하는 것은 한국뿐 아니라 보편교회 안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일로 관심을 모은다.

이날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각각 교황 양 옆에서 미사를 공동집전한다. 또 한국 주교 30여 명을 비롯해 교황 수행단 주교 8명과 각국 주교 60여 명 등 100여 명의 주교들이 시복미사에 참례한다. 참례 사제 수는 2000여 명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준비위원회’(위원장 강우일 주교, 이하 방한 준비위)는 5일 서울 명동성당 문화관 2층 코스트홀에서 마련한 교황 방한 관련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밝히고, “사전 참례 신청을 한 신자들은 17여만 명이지만, 별도의 접수없이 현장에 합류할 일반인 참석자까지 합치면 100만 명이 넘는 이들이 시복미사에 참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한 이날 시복미사에서는 교황이 시복을 선언하는 동시에 124위 복자화가 일반에 처음 공개될 예정이다. 미사 중 거행되는 시복예식에서는 안명옥 주교(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와 김종수 신부(124위 시복건 로마 주재 청원인·로마 한인신학원장)의 시복 청원과 교황의 시복 선언 등이 진행된다.

방한 준비위는 “이 시복식 전례는 소박하고 간소하게 진행한다”며 “예를 들어 전례에 필요한 내용 이외 일절 다른 봉헌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교황은 이날 미사에서 라틴어를 사용하며, 신자들은 한국어로 응답한다”고 안내했다. 강론은 이탈리아어로 진행, 단락별로 한국어 순차 통역이 제공된다.

이날 시복식장에는 제대 양 옆을 비롯해 곳곳에 대형 LED 전광판 24대가 세워져, 제대와 신자들과의 거리감을 최대한 좁혀진다. 또 제대는 가로 7m×세로 1.5m×높이 0.9m 규모로 설치되며, 제대 뒤로는 자개를 모티브로 제작한 4.6m 높이의 대형 주물십자가가 8m 단위에 세워진다.

한편 교황이 순교자 124위를 ‘복자’로 공식 선포하면, 지역교회에서는 이들을 공적으로 공경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이들 순교자 124위는 한국교회 초석을 다졌을 뿐 아니라, 당시 부조리한 사회 흐름 안에서 사랑과 나눔, 평등사상 등의 실현에 탁월한 모범을 보인 신앙선조들이다. 또한 이들의 시복은 한국교회가 역사상 처음으로 타교회 또는 선교사 등의 도움 없이 주체적으로 추진해 그 의미를 더한다.

시복미사가 거행되는 광화문 앞 또한 조선시대 의금부·포도청·서소문 형장 등 초대교회 순교자들이 스러져간 장소들과 밀접하게 연결된 역사적 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