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교회 수도자와 신자들의 정성과 노력이 들어간 제의를 입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교회 순교자의 수난과 십자가의 영광을 상징하는 제의를 입고 16일 서울 광화문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 미사’를 주례한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준비위원회(준비위원장 강우일 주교, 이하 방한 준비위)는 5일 교황의 시복 미사 제의를 공개했다. 순교자의 뜨거운 사랑과 피를 뜻하는 붉은색 제의에는 고문형틀인 순교의 칼, 불꽃 모양의 교황 방한 공식 엠블럼, 성작 형상이 새겨져 있다.
성작은 미사 제구인 성작 그 자체를 의미하면서도 찬미의 손짓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십자가 모양을 띈 칼은 순교자들의 수난을 상징한다. 세 개의 형상은 조화를 이루며, 수난 뒤에 따라오는 찬미와 영광 특히 십자가의 영광을 보여준다.
방한 준비위는 또 교황이 방한 기간 동안 입을 제의의 형상과 의미를 소개했다.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봉헌되는 성모승천대축일 교황 제의는 앞면과 뒷면에 각각 다른 상징을 담고 있다.
아베 마리아(Ave Maria)의 첫 글자를 딴 A와 M은 성모 마리아를, 왕관 주위의 비둘기 세 마리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뜻한다. 이는 주님께서 성모 마리아에게 천상모후의 관을 씌어 주시는 모습을 나타낸다. 구름은 마리아의 승천하심과 하느님을 상징하며, 평화를 주시는 하느님의 은총의 빛이 세상을 비춘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뒷면에는 구름과 비둘기 대신 세 송이의 백합이 새겨져 있다. 성부와 성자, 성령이신 삼위일체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한 성모 마리아의 순결을 백합으로 형상화했다. 양 옆의 세로줄들은 성모 마리아를 통해 세상에 내리는 하느님의 은총이다.
수묵채색화풍의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17일) 제의는 한국적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먹으로 그린 듯한 십자가에 밀과 포도주, 성작을 더한 간결한 이미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방한 마지막 날인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 입을 제의는 백색이다. 구원을 위한 그리스도의 희생을 십자가로 형상화하고, 평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비둘기와 올리브가지로 성체 문양의 원형을 이미지화했다. 손으로 직접 수놓은 비둘기는 수채화를 연상시킬 정도로 섬세하다.
이날 미사에서 교황은 또 봉제생산협동조합 솔샘일터가 제작한 장백의를 입는다. 장백의 아랫단과 소매단·옆선에 무궁화 124송이를 금으로 수놓아, 시복되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를 표현했다. 깃은 두루마기를 적용해 한국적인 느낌을 살렸다. 솔샘일터는 저소득층 지역 주민들이 공동으로 출자해 자립적으로 운영되는 봉제협동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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