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를 10시에 온다고 하면 9시에 나와서 일단 청소를 아래에서 위까지 깨끗이 하죠. 경당 안에 촛불과 호롱불도 켜고, 준비를 마친 뒤에는 순례자들이 도착할 때까지 묵주기도를 하면서 기다립니다.”
이른 아침부터 성지에 나와 청소를 하고 경당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순례자들을 맞을 준비에 한창인 사람들이 있다. 광주대교구 나주순교자기념본당(주임 이재회 신부) 순교성지봉사자회원들이다. 하느님의 종 124위의 시복식을 앞두고 전대사 순례지로 지정된 나주본당에는 신자들의 발걸음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성지를 찾는 신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어요. 어제도 하루에 세팀이 와서 순례 안내를 받았죠. 오전 내내 안내를 했다니까요.”
순교성지봉사자회 정계균(파우스토·80) 회장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힘들 법도 하건만 오히려 정 회장은 즐겁기만 하다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제 나이를 묻고는 깜짝 놀라곤 해요. 봉사를 하면서 땀도 흘리고 하면 마음도 몸도 젊어지고 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순교성지봉사자회는 나주본당에 2004년 순교자 현양시설이 조성되기 전인 2003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비록 전출 및 개인 사정으로 탈퇴하고 소수만이 남았지만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회원들은 모두 10년 넘게 안내 봉사를 해온 전문가들이다.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은 각자 자기 생활이 있으니까 평일 낮에 안내봉사를 할 수는 없겠죠. 엄두도 못 내죠. 저처럼 은퇴를 한 사람들이나 이런 봉사를 하겠다고 나설 수 있지 않겠어요? 그래도 언제든 신입회원이 들어오면 안내봉사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자료를 다 준비해 놓고 있습니다.”
나주순교자기념성당에는 세가지 둘러볼 장소가 있다. 첫 번째는 나주 순교자 기념경당이다. 경당은 나주의 순교자 이춘화(베드로), 강영원(바오로), 유치성(안드레아), 유문보(바오로)의 믿음과 삶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빈 무덤 형태로 만들어졌다. 두 번째는 광주대교구 5대 교구장을 역임했던 현 하롤드 대주교 기념관이다. 현 대주교가 거처했던 사제관을 보수해 꾸민 기념관에는 미국의 유족들로부터 영구임대 받은 유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 한국 첫 본원이 있다. 1956년 현 대주교의 초청으로 한국에 진출한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는 이곳에 첫 본원을 짓고 수련을 했다.
“예전에는 매년 2월 2일에 봉사자회 서약갱신식을 할 정도로 우리 봉사자회는 특별했어요. 신부님께서도 순교성지 업무는 특수 업무라 전문적인 사람만 할 수 있다며 저희를 믿고 밀어주셨죠.”
안내봉사를 쉬는 월요일, 목요일에도 연락이 오면 봉사자회원들은 성당으로 나간다.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경당 내 초도 켜놓고 여러 가지 준비를 할 것들이 있으니 미리 연락을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집에서 쉬고 있는데 지금 성당이라고 안내봉사를 해달라는 연락이 와요. 그럼 헐레벌떡 뛰어가죠. 집에서 성당까지 서둘러야 15분 정도 걸리는데 헉헉거리느라 해설도 제대로 못 하고 그럼 속상하죠. 반대로 안내봉사 잘 마치고 순례자들 배웅한 다음 집에 오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요. 주님께서 저에게 주신 소명 소중하게 간직하며 앞으로도 계속 안내봉사를 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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